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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름에 대한 소고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5년 04월 17일(금)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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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대 겸임교수 정성수-
ⓒ 익산신문
땅이 있는 곳에 아파트가 있다. 도시 복판은 물론이고 외곽에도 지었다하면 아파트다. 우후죽순이다. 아파트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복지아파트, 개나리 아파트, 진달래 아파트, 무지개 아파트, 은하수 아파트 등 순 우리말 아파트 이름이 유행했다. 그러다가 세계화 ? 국제화 열풍이 몰아치면서 외래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대세가 됐다. 센트리빌, 힐스테이트, 하우스토리, 블루밍, 파밀리에, 브라운스톤, 한라비발디, 롯데캐슬, 위브, 더샵, 아이파크, SK VIEW, SK 허브 스카이, 휴먼빌, 월드메르디앙 등 고개만 들면 보이는 아파트의 이름이다. 그런가하면 캐슬(성), 팰리스(궁전) 등이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 마치 지체 높은 왕족으로 착각하게 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성이나 궁전에 산다는 것도 부족해서 듣기에도 민망한 이름이 판을 친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다보니 빛의 신이라는 하이페리온, 최고의 라이센스(Ricenz)라는 리센츠, 강변 정상 공원이라는 아크로 리버파크, 정상 언덕이라는 아크로힐스, 공원 · 섭정이라는 뜻을 가진 파크 리젠시 등은 아파트 이름이라기보다 거창한 단어 나열이다.

한 때는 마을(Ville)이라는 아파트명도 많았다. 상떼빌, 리슈빌, 쉐르빌, 휴먼빌 등 유행하는 단어에 빌을 붙여 아파트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래어를 합성해 뜻은커녕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이름이 많다. ‘삶의 질을 반올림한다’는 '더샵'이나 '소유했다'는 뜻의 '위브(We've = We + Have)' ‘특별한 지성 (Extra Intelligent)’이라는 뜻의 '자이(XI)'등이 있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입장에서는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파트 이름은 분양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외래어로 된 이름을 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외제 선호 사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만연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 알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웃으게 소리가 있다. 큰 아들네가 사는 아파트 이름은 ‘더 샵 하버 뷰 아파트’이고, 작은 아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은 ‘더 샵 마스터 뷰 아파트’이다. 이처럼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지은 까닭은 시부모들이 못 찾아오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연로하신 시부모님들은 아파트 이름을 도저히 외울 수가 없어 찾아올 길이 막막하자 시누이를 달고 나타난다니 농담이겠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그렇다면 한글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분양이 안 된다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늘채 아파트’ ‘어울림아파트’ ‘뜨란채’ 등 한글 이름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모 건설 회사에서 옛 경희궁 자락에 '경희궁의 아침'이란 아파트를 건립했다. 회사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모험적인 아파트 이름이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고 한다.

영어와 한글을 합성한 아파트 이름도 있다. 푸르지오(Prugio)도 한글과 영어 합성어다. '푸르다'와 땅 혹은 대지를 의미하는 지오(Geo)가 합쳐졌다. 정보통신 · e비즈니스를 의미하는 e자가 앞에 붙은 'e편한세상' 도 마찬가지다. 예가(藝家), 래미안(來美安), 한양(漢陽), 동아(東亞), 호수(湖水)등 한자어로 된 아파트도 있다.

한글이 창제된 지 오백년이 되었다. 이제 한글은 세계 속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뚝 섰다. 미국과 호주 등 여러 나라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시아나 동부 유럽 국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있다. 현지인인 회사 간부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이제 정부도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글은 아파트 이름 뿐만 아니라 대단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이제 기업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우리 것에 관심을 갖아야 할 때가 되었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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