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익산신문 | | "호남에서 태어난 게 천형(天刑)”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호남인들에 대한 지역 차별주의를 대표하는 말이었다. 능력과 실력에 따른 당연한 평가가 아니라 단지 출생 지역만 보고 차별하는데 생겨난 것이다. 선출직에 출마한 시민이 뛰어난 능력과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더라도 호남 출신이라는 딱 하나의 이유만으로 낙선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묻지마 투표’로 지칭하곤 했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던 이 말을 대신해 최근 비슷한 내용이 입에 오르고 있다. “이제는 호남에 사는 게 천형이냐”는 말이다.
다음달 2일 개통을 앞두고 있는 호남KTX를 빗대서 하는 것이다. 툭하면 선형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익산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호남KTX는 개통을 앞두고 느리고 비싼 요금, 익산역의 환승기능 변경 여부, 증편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에 왜 직면했고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모두 세 차례에 나눠 짚어본다.
올해 초 생뚱맞게 서대전역 경유 요구로 새로운 논란을 촉발한 적이 있던 호남KTX가 다음달 2일 개통을 앞두고 더 느리면서도 더 비싼 요금을 받은 ‘불만철’이라는 오명이 추가되고 있다.
무려 10년 동안 호남KTX 개통을 기다리며 낙후 지역이라는 외피를 탈피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부풀었던 익산 시민을 비롯한 전북 도민들은 호남KTX가 또다시 ‘전국적인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갈수록 팽배하다.
지역 발전과 예산 확보 투쟁에 천착해야 할 익산 지역 시민들과 정치권이 앞으로도 다른 지역의 호남KTX에 대한 각종 문제 제기로 인해 익산의 역량이 소진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형국인 탓이다.
특히 정부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어긴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공신력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발언이나 약속을 믿지 않으려는 불신의 씨앗 잉태라는 난제를 떠안은 셈이다.
사실 지난 2005년 호남KTX 노선 확정에 앞서 천안과 오송 등 분기역을 둘러싸고 극심한 지역 대결로 익산 시민을 비롯한 전북 도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결정이 오늘의 이런 사태를 유발하는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호남KTX 개통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와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됐고 항의와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항의 집회도 개최되기도 했다. 아주 보기 드문 이례적 현상이라고 정치권과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익산시의회 의원들은 19일 오전 11시 호남KTX 개통을 앞두고 예정된 시승식을 항의 의미로 불참하고 강한 톤으로 불만철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동참했다. 그것도 호남KTX의 관문이 될 익산역 앞 광장에서다.
익산의회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호남KTX가 당초 정부 발표보다 운행시간이 느리고 요금도 비싸게 책정됐다”면서 “호남고속철 서대전 경유로 호남을 자극한데 이어 이번에는 돌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요금까지 더 내라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31만 익산시민을 대표해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호남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전북도의회(김광수 의장, 새정치민주연합), 익산시의회, 전주시의회, 정읍시의회 의원 등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호남KTX가 개통을 앞두고 있으나 요금이 경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운행시간도 당초 코레일의 홍보와 달리 더 지연되고 있다"며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호남인들로서는 정부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지난 2005년 충남 천안이 아닌 충북 오송으로 분기역을 결정하면서 늘어난 19㎞구간에 대한 추가요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을 묵살하고 추가요금 3100원을 호남선 승객들에게 전가시키는 등 호남인을 기만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도의회 의장은 “전북도 지방의회와 도민들은 호남선의 운행요금이 경부선보다 비싼 이유와 산정근거를 공개할 것을 코레일측에 정식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은 “앞으로 코레일과 정부가 우리 익산 31만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단체 시위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돌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 나갈 각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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