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택회 익산교원향토문화연구회장, 가람기념사업회부회장, 전북불교문학회장 | | ⓒ 익산신문 | 2015년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 겨레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명절 가운데서도 그 중요성은 아마 가장 클 것이다.
‘설’은 ‘설날’이라고도 한다. ‘설’이 먼저이고, 뒷날 ‘설’에 ‘날’을 붙여 ‘설날’이 되었다. 설은 한자말로는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이라고도 한다. 한 해의 첫날이라는 뜻이다.
‘삼가다 신’을 써서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시작이 반이라고 하였다. 한 해의 시작을 조심하면서 탈 없이 잘 마무리해야 한 해의 운수가 잘 풀린다는 의식이 반영된 말이다.
‘설’은 ‘살’과 통한다. 우리말은 어원은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모음이 교체되어 의미가 나뉘기도 한다. ‘맛’이 추상성을 띠면서 ‘멋’이 되었다. ‘마루[宗], 마리[首], 머리[頭]가 ’????‘에서 나뉜 말이다. 마찬가지로 ‘설’과 ‘살’도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 해가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다. 곧 설을 기준으로 나이를 셈한다.
설이 되면 사람들은 설빔으로 갈아입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낸 뒤에는 집안 웃어른께 세배를 하고 덕담을 듣는다. 그런 뒤에는 이웃 어른들에게도 세배를 한다. 세배를 할 때는 절만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말은 건네지 않는다. 절을 하고 나면 어른들이 덕담을 한다. 아랫사람들은 어른의 말씀을 들으면 된다. 그에 앞서 전날, 곧 섣달 그믐날에는 묵은세배[舊歲拜]를 올린다. 사당에 나아가 조상님께 한 해가 지나갔음을 알리고, 웃어른을 찾아뵙고 한 해가 무사히 지나갔음을 축하하였다.
살아계신 분뿐만이 아니라 산소에도 찾아가 돌아가신 분들께도 새해 인사를 올렸다. 설은 위아래로는 조상부터 후손까지, 옆으로는 내 식구로부터 마을 어른들까지 하나로 묶어주었다.
섣달 그믐날이나 대보름 때는 복조리를 팔았다. 복을 받기를 기원하였다. 이런 개인적인 근신(謹身), 기복(祈福), 유대(紐帶)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기도 하였다. 당산나무나 마을의 수호신 주변에 있는 묵은 금줄을 거둬내고 새 금줄로 바꿔서 쳤다. 종합해 보면 설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새해를 설계하는 세시풍속(歲時風俗)이다.
이러한 설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동족촌(同族村)이 흔했다. 동족촌까지는 아닐망정 친인척들이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지만, 요즘에는 흩어져 살기에 설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곧 형제자매,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우애와 친목을 도모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가 부모자식간, 형제자매간, 부부간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아예 보따리를 싸서 나라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설을 어떻게 보내든지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렇지만 설을 맞으면서 조상님과 집안 어른, 이웃 사람들도 함께 살펴보는 미풍양속은 지켜가야 할 듯하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설계해 보아야 한다.
개인이나 나라나 살림이 팍팍하다고 한다. 이번 설날에는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갈등 없이 담소하며 떡국을 들고, 시름은 잠시 덮어두고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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