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소현숙 세림약국 약사 | | ⓒ 익산신문 | 지난 세밑에 문우 몇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연하장을 보내드렸다. 컴퓨터자판에 타이핑하고 스마트 폰을 터치하는 것에 익숙해진 요즈음, 펜으로 글자 한자, 한 자를 정자(正字)로 써서 연하장을 작성하는 것은 예상외로 힘이 들었다. 책상에 정좌를 하고 앉아서 봉투에 주소와 성명을 또박 또박 쓰고 카드에 인사말을 쓰는 과정은 연하장을 받는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스러운 예를 갖추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문우들에게서 많은 책을 선물 받았다. 문우들은 책을 발간하는 것만으로도 산고(産苦)가 매우 클 터 인데, 그 책에 일일이 서명하고 봉투를 쓰고 우송해 주었다. 작가가 본인의 저서를 타인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자신의 피와 살을 나눠주는 문학인의 성찬의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의 책을 증정 받을 때 마다 깊고 넓은 문향(文香)의 바다에 빠졌다가 참된 문우로써 거듭나는 세례의식을 치른 후, 작가가 독자에게 나누어 주는 피와 살의 성찬의식에 참례함을 실감하곤 한다.
문우들은 어진 인형(仁兄)들이었다. 인형(仁兄)은 편지글에서 친구사이를 높여 부르는 이인칭 대명사이다. 나는 편지글에서 인형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었던 듯 싶다. 문우(文友)들과 연배가 다르고 형(兄)이 남성명사이어서 그랬을 까....
며칠 전 서재를 정리하다가 책과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봉투하나를 발견했다. 그 것은 친정아버지가 친구 분에게 받은 작품집이 담긴 우편물의 겉봉이었다. 봉투에는 아버지의 함자와 인형이라는 호칭이 쓰여 있었다. 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인형이라는 아름다운 호칭에 감동되어 내 서재에 보관했던 것이 생각났다. 붓펜을 사용하여 달필(達筆)로 쓴 인형이라는 어휘에는 벗을 존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했다.
을미(乙未)년 새해, 서설이 내린 다음 날 수목원 산책길의 관목 숲에서 양의 형상을 발견했다. 풍년화(?年花) 나뭇가지에 눈이 쌓였다가 녹는 과정에서 눈으로 만든 어린 양 한 마리가 우연하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올해가 양의 해라서 그런지 양의 이미지가 마음속에 각별하게 다가왔다. 착할 선(善) 자의 부수(部首)에 양머리가 들어있을 정도로 양은 온순하고 어진 동물의 상징이다.
나는 눈으로 만들어진 양의 형상을 보면서 올해, 청양(靑羊)의 해가 시작되었으니 양의 온순하고 원만한 이미지에 청(靑)의 푸른색을 더하여 진취적이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기운이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양처럼 어진 인형(仁兄)이라는 호칭을 불러 보았다.
인형(仁兄)! 을미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참 어지신 인형을 생각하면서 성현들이 말씀하신 인(仁)에 대하여 묵상해 보았어요. 한 가정이 인(仁)하면 나라가 흥인(興仁)하고, 위에 있는 자가 인을 좋아하는데 아래에 있는 자가 의(義)를 좋아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大學), 인하면서 부모를 버리는 일은 없고 의하면서 나라를 버리는 일은 없다(孟子),인은 마음의 덕이요, 가정의 보배요, 위정의 근본이요, 만물과 일체이다.
부언(附言)하면 인을 구성하는 여러 덕목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다. 이 사랑이 부모에게 이르면 효(孝)가 되고, 형제에게 이르면 우(友)가 되며, 국가에는 충(忠)이 된다.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먼저 인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는 말씀을 상기해보았어요.
제 곁에 이러한 인(仁)을 일깨워 주시는 인형이 계셔서 참 좋았습니다.
인은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며, ‘친(親)하다’는 뜻이라고 하니 새해는 인형과 더욱 친해져서 그 어짊을 본받고 싶습니다.
인형(仁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더욱 보람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