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박광근 맥류사료작물과장 | | ⓒ 익산신문 |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밀밭이 지천이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쏴아 쏴아 파도처럼 왔다갔다 하던 푸른 밀 이삭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요샌 그 흔했던 밀밭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과거시절, 미국은 자국의 남아도는 밀을 우리나라에 지원했고 우리는 값싸게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을 먹으며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밀은 거의 사라져 결국 밀 자급률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만큼 자급률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산 밀 자급률 목표 10%는 식량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과 생명의 기본을 보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품질 좋은 다양한 밀 품종과 재배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관련 업체는 우리밀을 사용해 고품질의 제품들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밀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그동안 밀의 기본적인 용도인 빵과 국수, 과자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여 왔으며, 용도별로 주산 단지화를 추진해 경남 사천과 합천을 중심으로 빵용인 ‘조경밀’을, 전남 광주를 중심으로 국수용인 ‘백중밀’, 전북 전주지역에는 과자용인 ‘고소밀’을 중점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품종개발뿐만 아니라 우리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함께 하고 있다. 밀 수매 현장에서 용도별로 품질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밀가루는 단백질의 양과 특성에 따라 박력분(과자용), 중력분(생면용, 중화면용, 라면용), 강력분(빵용)으로 나뉘지만, 현재 국산 밀은 수분 함량만 측정하고 품질 등급이나 용도별로는 구매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기기를 이용하면 분석하는데 일주일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개발된 기기를 이용하면 앞으로 빵용, 과자용 등 가공 용도에 맞는 밀 원맥을 가공 업체에 제공할 수 있게 돼 국산 밀 소비 시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가공업체에게 우리밀 사용을 권장하고 다양한 기능성 첨가물의 개발, 고품질의 발효·숙성 기술 연구를 통해 수입밀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농업인에게도 지역에 맞는 품종과 재배 양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더 많은 곳에서 우리밀이 자라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밀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귀기울여 함께 국산 밀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밀 가공 산업체와 국산 밀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 소비자가 찾는 우리 밀 제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소비자들은 영양과 건강을 우선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우리밀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수입밀은 봄 파종, 가을 수확이지만 우리밀은 가을에 씨를 뿌려 초여름에 수확한다. 여름에 자라는 수입밀과 달리 겨울을 나기 때문에 적은 일조량과 추위를 견디면서 더 많은 영양을 축적한다. 잡초나 해충피해가 심한 여름을 피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저절로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쌀 못지않게 우리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밀을 되살리고 우리 땅과 자연과 농업, 농촌, 그리고 소중한 밥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밀을 애용해야 한다. 내가 먹은 한 끼 우리밀식사가 우리땅 한평의 밀밭을 지킬 수 있다. 그 길이 식량자원도 자립하고 환경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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