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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기백 닮은 가람생가 탱자나무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4년 10월 20일(월)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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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철 익산시장
ⓒ 익산신문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4,50대들이라면 탱자나무와 함께 한 추억이 많을 것이다. 양옥집 벽돌 담장을 대신해 서민들의 소박한 집을 지켜주었던 것이 바로 탱자나무 울타리다. 요즘 최첨단 보안시스템 만큼은 못하더라도 무시무시한 가시들로 무장한 탱자나무 울타리는 좀도둑으로부터 날짐승으로부터 세상의 모든 나쁜 기운으로부터 우리네 보금자리를 거뜬히 지켜내 왔다. 옛날에는 귀양 간 죄수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탱자나무 울타리를 쳤다고 하니 이미 선조들로부터 그 효용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겠다.

  탱자나무는 많은 것들이 부족했던 그 시절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이 되어 주었다. 납작한 줄기에 빼곡히 박혀 있는 가시 중 하나를 떼어내면 그 활용도는 실로 놀라웠다. 잘 곪은 눈 다래끼를 터뜨릴 때나 손톱 밑에 박힌 잔가시를 빼 낼 때도 이만한 게 없었다. 다슬기나 고동 속살을 빼 먹을 때는 신이 탱자나무를 만든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을 정도로 크기로나 기능으로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탱자나무는 이젠 시골에서조차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추억 속 그것이 되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탱자나무의 꽃말도 ‘추억’이다. 익산시 여산면에 위치한 가람 이병기선생의 생가에 가면 그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오래된 탱자나무 한 그루가 이병기 선생의 집터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다. 동백나무, 산수유, 배롱나무 등 화려한 꽃을 뽐내는 여러 가지 수목들이 많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방문객들의 첫 시선을 앗아가는 것은 바로 독특한 형태의 탱자나무다. 높이가 무려 5미터나 되고 줄기도 60센티는 거뜬히 넘는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친 여섯 개의 줄기가 근사한 수형을 자랑한다. 이 탱자나무는 이병기 선생의 조부께서 심은 것으로 수령이 200살 쯤 된다고 한다.

 일제 시대 문인 학자들의 행적을 들추어 '친일문학론'을 쓴 임종국은 이병기 선생을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남긴 일이 없는 영광된 작가'라고 하였다. 시인 정지용도 ‘이병기에 이르러서 시조가 시인을 만났다’고 극찬할 만큼 근대문학사에 남긴 업적과 가시덤불 같았던 시대에 홀로 빛났던 그의 민족정신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여느 탱자나무들이 한 뿌리가 여러 개의 줄기로 나누어져 낮게 옆으로 자라는 것과 달리 가람 생가 탱자나무는 하나의 줄기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자라나고 있는 것은 아마 가람 선생의 꼿꼿했던 정기와 기백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맘 때 쯤 이병기 생가를 방문하면 구비를 돌아 멀리 초가지붕이 채 보이기도 전부터 아스라한 탱자향이 손을 먼저 맞는다. 무르익어 가는 가을, 울창한 잎들 사이로 크고 실한 탱자도 노랗게 무르익어 간다. ‘후회를 하지 말고 실행을 하자’라는 좌우명처럼 살아생전 후회 없이 떳떳하고 흠결 없는 삶을 사셨던 선생의 얼과 뜻이 고스란히 탱자 향에 실려 날린다.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즈음하여 평생을 우리말 연구에 힘써 왔던 위대한 국문학자이자 일제의 무력 앞에 굴복하지 않고 민족혼을 지켜왔던 가람 이병기 선생의 탱자나무를 닮은 삶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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