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소현숙 세림약국 약사 | | ⓒ 익산신문 | 아침 다섯 시 오십분, 창가에는 햇빛이 밝게 빛나고 새들의 노래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초하의 싱그러움이 빛나고 있을 칠월아침의 전원풍경을 놓치기가 아까워 수면 시간을 아끼고 산책길에 나섰어요. 도심을 벗어나 텃밭이 있는 고옥을 향하여 달렸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은 눈부시게 빛나는 밝은 햇살을 반사시키며 은백색으로 수묵담채화의 배경을 그리고 있었고,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논은 지난 달 모내기 한 벼들이 짙푸르게 자라 창해(蒼海)를 이루고 있었어요. 푸른 바다에 갈매기가 날아드는 것처럼 백로 몇 마리가 논 가운데로 날아들어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다가 길게 뻗은 날씬한 다리로 우뚝 서 있습니다. 저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백로처럼 한가로이 서서 너른 들녘을 바라보며 마음을 바다처럼 드넓혀보고, 눈은 꿈을 꾸는 것처럼 고요하게 하늘을 응시해봅니다. 간간이 산들바람이 불어 들판이 푸른 물결로 출렁거립니다. 넓은 들녘은 마음을 환하게 열어주고 백로의 날개 짓은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게 해줍니다.
며칠 전 자연식물원 산책길에서는 백조들이 군무(群舞)를 공연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요, 백색의 잎에 백색의 꽃, 백색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해서 삼백초(三白草)라 부르는 꽃이 군락으로 피어있었어요. 삼백초의 길게 뻗어 늘어진 꽃줄기는 백조의 우아한 목덜미와 흡사하고 하얀 잎은 발레리나의 발레드레스처럼 예쁘답니다. 이 삼백초는 항염,이뇨작용이 있어서 생약제로 사용되는 약용식물이에요.
이윽고 텃밭에 당도했어요. 텃밭 도랑가에는 초록빛 드레스를 차려입은 칠월의 요정들이 하얀 레이스로 만든 양산(陽傘)을 펴들고 따가운 여름햇살을 가리고 있었지요. 오밀조밀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예쁘게 펼쳐진 양산처럼 생긴 모양의 꽃을 피우는 산형과(?形科)의 꽃들에는 미나리, 당귀, 방풍 등이 있어요. 뿌리를 말려 생약재로 사용하는 약용식물인 당귀, 방풍의 보혈(補血), 발산풍습(發散風濕)의 약리작용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들 잎에는 향긋한 방향이 있는 정유(精油)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쌈 채소로 식탁에서 환영받고 있는 식물이라는 것도요. 당귀의 부드러운 이파리 몇 장을 뜯어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바구니에는 방금 전에 딴 오이, 애호박, 풋고추도 담겨있었어요. 바구니에는 칠월 아침의 선물이 넘치고 있습니다.
또한 꽃밭에서는 백합이 개화를 해서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어요. 봄철에 심어둔 백합이 칠월의 찬란한 아침에 꽃봉오리를 활짝 열고 감미로운 향기로 후각을 유혹합니다. 그런데 백합의 향을 맡으면서 불현듯 노(老) 시모님이 생각났어요. 당뇨병과 요실금 증상이 있는 시모는 아침이면 욕실 앞에서 기저귀를 교환하시는데요. 톡 쏘는 특이취가 배어있는 기저귀의 지린내가 제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주방까지 날아올 때가 있어요. 기저귀의 그 특이취와 백합의 향기가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노 시모가 한 송이 백합화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모의 쪼글쪼글한 주름이 백합(百合)구근의 인편(鱗片) 한 조각, 한 조각과 닮았다는 연상을 해봅니다. 시모는 삶의 여정에서 한 조각 한 조각 백합 구근의 인편을 만들고, 꽃을 피워 이제는 몸에서 꽃향기를 흘립니다. 당뇨가 있는 소변은 체내에서 포도당이 재 흡수되지 못해 달콤한 꽃향기도 섞여 있는 듯 하거든요. 그래요! 노 시모님은 아직도 향기로운 한 송이 꽃입니다!
바구니에는 싱싱한 채소를 가득, 마음에는 충만한 사랑을 가득 채워 텃밭에서 돌아오면서 엘리베이터앞 에서 이웃을 만났습니다. 괜찮다고 사양하며 만류하는 이웃에게 “텃밭에서 방금 따 온 거에요! ”하면서 바구니에서 풋고추 한 줌을 꺼내 건넵니다. 칠월의 아침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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