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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유환(無備有患)대한민국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4년 07월 08일(화)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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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화 원광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대한민국 ROTC중앙회 부회장
ⓒ 익산신문
영국의 시인 토마스 엘리어트가 「황무지」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 된 유럽의 현실을 바탕으로 고달픈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고자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듯이 우리에게 올해 4월은 참담하고 잔인한 달이었다.


 우리에게 들려온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세월호’ 침몰 대형 참사소식은 실종자와 유가족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참담하고도 분노할 잔인한 현실을 예고하였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전후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의 심각성에 대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논란꺼리가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기 얼마 전에 이런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직감적으로 테러인가 떠올리고, 일본에서는 지진인가 떠올리며, 한국에서는 부실공사인가 떠올린다는 얘기였다. 오래전 성수대교가 그랬고, 삼풍백화점 붕괴가 그랬고, 가깝게는 경주리조트 참사가 그랬다.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자조적이고 씁쓰레하기 짝이 없는 이 세 나라의 비교를 경주리조트 참사 무렵에 들었던 것 같은데 저 씁쓰레한 농담은 이제 이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어떤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미국은 여전히 테러를 떠올리고, 일본은 지진을 떠올리는데, 한국은 건물이든 배든 비행기든 도로에서든 장소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 사고가 나면「한국」인가를 떠올린다는 것이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그렇다. 신문과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 중 들으면 결정적인 사고 원인만도 열 가지가 넘는다. 선장이 어떻게 했으면, 승무원들이 어떻게 했으면, 해운회사가 어떻게 했으면, 화물을 어떻게 했으면, 평소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관리감독기관이 어떻게 했으면, 정부가 인허가를 어떻게 했으면, 그렇게 열 가지도 넘는 사고 원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그 중에 단 한 가지만이라도 바로 잡혀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바로 잡혀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늘 해왔던 대로’였다. 정부도 국민안전이야 어찌되든 늘 해왔던 대로 기업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물배의 수명을 연장해주고, 관리기관도 늘 해왔던 대로 업주와 한통속으로 고물배의 증설을 허락하고, 탐욕스런 회사도 늘 해왔던 대로 이윤만 앞세워 안전을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선장과 승무원 역시 늘 해왔던 대로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던 것이다.


 신속한 초기 구조작업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전원을 구조할 수도 있었다는 검찰의 발표소식에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더욱 커졌다.


 연일 언론에서는 그 중심에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 내부에서도 재난사고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형태와 오보남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되풀이 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때 뿐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시들어지면 ‘세월호’의 참사가 주는 교훈도 얼마 안가서 잊힐 수 있다.


 영국 사람들은 배를 타고 가다 재난을 만나면 “버큰헤이드 호를 기억하라”고 차분하게 속삭인다고 한다. 영국 사람들이 긍지를 가지고 오랜 시간동안 이어오고 있는 이 전통은 18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해군의 자랑이었던 수송선 ‘버큰헤이드호’는 군인과 가족들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항해 중이었다.


 그 배에 타고 있던 630명 중 130명은 부녀자였다. 순조로운 항해 도중 어느 날 새벽에 배가 바위에 부딪혔고 침몰하게 되었다. 당시 구명정은 3척, 1척당 정원이 60명이니 구조될 수 있는 사람은 180명이 전부였다.


 이 때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전 병사들을 갑판 위에 집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3척의 구명정에 부녀자들을 태우도록 했다. 수백 명의 병사들은 그 명령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승선명령처럼 철저히 준수했다. 한 나절이 지나고 구조선이 도착해 탈출한 부녀자들을 중심으로 구조했지만, 그 때는 이미 세튼 대령을 포함한 436명의 목숨이 수장된 후였다.


 이 사건은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전까지는 힘 센 남자들이 먼저 구명정을 탔고, 연약한 아녀자와 어린이들은 침몰하는 배에 남아야 했다. 그러나 ‘버큰헤이드호’에서 ‘아이들과 여자가 먼저’라는 전통이 만들어진 것이다.


 해양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패륜의 행동을 보인 선장과 선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그들은 구조신고조차 학생승객보다 뒤늦게 하고 가까운 관제소를 놓고 엉뚱한 곳에 신고하고, 급속하게 침몰하는 배의 승객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 자리에 대기하라고 방송한 후 자기 내들끼리 탈출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승객의 구조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하는 선장은 허겁지겁 속옷차림으로 탈출한 후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젖은 돈을 말리는 작태는 실종자 및 유가족은 물론 모든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동시에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참으로 우리를 답답하고 울분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재난구조태도라 할 수 있다. 첫날부터 전원구조라는 어처구니없는 발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고작 몇 명 태운 구조요원의 헬기 1대와 수영도 못하는 해경대원들, 더욱이 인명구조에 아무 쓸데없는 초대형 크레인선 대동, 보여주기 식 집권여당의 지방선거 유력자들의 무분별한 현장출동과 주무장관의 대응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모든 구조조치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실정에서 정부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세월호’의 대형 참사의 원인을 국민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철저히 밝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유지 발전시켜야 할 것을 진정으로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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