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경란 전북지역통일교육센터 전문강사 | | ⓒ 익산신문 | 어떤 계기에 탈북민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하면서 담소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야기 중에 탈북민들이 만든 자원봉사단체 명칭이 ‘만병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함께 있던 입국 6개월 차 탈북민(남, 40대)이 벌컥 화를 내는 것이었다.
“거기 정신이 있소? 없소? 아이 북한에서 ‘만병초’라면 김일성이 우상화를 하느라 만든 영화제목인데 아무리 정신이 없기로서니 어떻게 그 이름을 단체이름으로 정한단 말이요? 남한에 왔다고 그래도 된단 말이요?”
어느 한국분의 요청으로 그렇게 명칭을 지었다는 다른 이들의 설명에도 아랑곳 않고 그가 그토록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목소리를 높여 성을 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만병초’가 무엇이길래 저토록 화를 낼까?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만병초’는 본래 백두산에서 자라는 약초이름이다. 만가지 병을 고칠만큼 효능이 좋다고 해서 ‘만병초’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약초는 북한주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하다. 필자도 대학시절 심한 위병에 걸렸다가 부친의 친구 분이 ‘백두산답사’를 갔다 오는 길에 캐가지고 온 ‘만병초’를 달여 먹고 회복한 적이 있을만큼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그런데 ‘만병초’란 이름이 꼭 그런 의미로만 북한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를 위해 수많은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다. ‘만병초’는 그 많은 우상화 영화들 중에 속하는 또 하나의 영화제목이다. 그러니 북한에서 살면서 김 씨 일가 거짓우상화에 신물이 난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 이름을 탈북민 단체명으로 만든데 대해 당연히 화를 낼만도 하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만병초’란 명칭이 그런 의미라는 것을 알았을까? 필자의 생각엔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설사 알았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탈북민은 그 세 글자에 화를 내기도 한다.
명칭의 정치적의미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별치도 않은 것을 가지고 화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나의 명칭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통일이라는 하나의 대로로 가는 중에 크고 작은 오해와 불신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더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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