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택수 노무법인 수 공인노무사 | | ⓒ 익산신문 | 노동유연화의 구체적 모습은 첫째, 수량적 유연화로서 해고를 자유롭게 하거나 비정규직의 사용을 쉽게 하거나 노동시간을 탄력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 기능적 유연화로 노동자가 한 가지 일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한다든지 시간적 장소적 제한 없이 언제 어디서나 과업을 잘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노동자에게 보상을 할 때 그 기준을 연령이나 근속연수, 학력보다는 갈수록 능력이나 성과, 업적에 비례해서 보상하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노동유연화는 필요하기도 하다. 예컨대 하루 종일 회사에 묶이기보다는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거나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경우가 있다. 또 매일같이 출퇴근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보다는 굳이 출퇴근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집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아가 한 가지 일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두루 일을 익히고 싶을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단순히 자신의 능력 향상, 조직에 대한 공헌, 성과 증대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유연화를 이해하면 노사관계가 갈등이 아니라 노사 상생의 화합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노동유연화가 노동자의 바램과 요구보다는 기업의 필요와 명령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까지 사회보장 제도가 미비하고 온갖 차별이 심한 현실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란 대체로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이어지니 노사 상생의 화합문화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노동유연화의 대표적 수단으로 우리사회에 등장한 것이 정리해고와 더불어 비정규직이다. 한국에서 구조조정이란 정리해고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본래 의미로 구조조정이란 대체로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구조를 혁신하는 것으로, 변화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면하는 현실에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모습은 노동유연화의 한 축으로 단기적인 인건비 절감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정규직은 고용 계약을 1년 단위로 연장하거나 정년이 보장되지 않기에, 노동자의 생활이 극히 불안정하다. 나아가 임금이나 상여금, 경력 개발, 교육, 승진 등 여러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심하다. 하다못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작업복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시선조차 차별적이라든지 일상에서 오는 차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절망감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 기업에서 다양한 차별 중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사이의 차별은 각 개인의 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 겉으로는 노동이 유연해지면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노동자의 삶이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노동자의 삶은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갈수록 팍팍해지고 노동자들은 자율성을 잃고 일자리와 돈벌이에 매달려야 한다.
결국, 노동이 유연해질수록 노동자의 삶은 경직되어 가고 삶의 질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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