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곽정숙 시조시인 | | ⓒ 익산신문 | 날씨가 더워지는 걸 보니 벌써 여름이 다가온 모양이다. 이 때문인지 딸아이는 요즘 아토피 때문에 여간 고생을 하는 게 아니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그때 심해진 아토피는 이제야 조금씩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이었다. 딸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욕을 하는 친구에게 그러지 말라는 훈계를 했고 그게 싸움이 되었다.
그 친구는 본인에게 한 말도 아닌데 끼어들었다며 딸과 친한 친구들을 한 명씩 불러서 놀지 못하게 하였고 하루아침에 친구들이 없어진 딸아이는 아침마다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울었다. 싸운 친구는 무시할 수 있지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돌아섰다는 배신감 때문에 힘들어했다.
나는 날마다 우는 아이에게 화도내고 달래기도 하면서 등, 하교를 시켰다. 학교에도 알리고 상담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딸은 친구들이 나쁜 생각까지 든다며 나를 설득했고 나 또한 그만두더라도 당당하게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냐며 딸을 설득하였다.
설득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생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고(정말 제출할 줄 몰랐다.) 딸은 학교를 그만두려는 이유와 검정고시 과목과 시험일정, 대학진학까지의 과정을 기술한 A4 한 장을 퇴근 한 내게 건넸다. 황당했지만 뜻대로 하라고 할 수 밖에 없었고 대신에 야학에 가서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검정고시 준비를 할 것을 권했다.
합의를 본 후, 야학 교장선생님께 사정 얘기를 하고 보조교사를 부탁했다. 교장선생님은 선뜻 받아주며 학교에 오면 얘기를 더 해보겠다고 하였는데 며칠을 더 고민하던 딸아이는 전학을 시켜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전학을 애원에 못 이겨 문의해보니 같은 지역에서는 인문계에서 인문계로 전학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가까운 시내 실업계고등학교에 문의를 하였고 교감선생님과 1차 상담을 하였다. 전학을 시키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전하고 딸아이와 학교를 방문했을 때 좋은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며칠 후, 딸아이와 실업계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감선생님은 “우리는 이 세상을 80년 이상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까”라며 좋은 일도 있겠지만 슬프고 힘든 일, 도망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라며 그때마다 피하고 도망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한 번 피하게 되면 일이 생길 때마다 피하게 될 것이고 도망치다보면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된다며 부딪쳐도 보고 한판 싸움도 해봐야 살만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그래야 세상이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머리 좋은 학생이 전학을 온다면 학교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피하고 도망쳐서 될 일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했다.
교감선생님을 만나고 난 후에도 여전히 학교는 가기 싫다고 하였지만 처음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친구와도 화해를 하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봄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여름의 문턱에 서 있다. 친구들과 종종거리며 수다 떨고 이른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시험공부도 하면서 말이다.
얼마전, 딸아이는 교감선생님 얘기를 하였다.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지만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얘기였다며 딸아이를 보며 웃어주던 모습이 인상 깊다고 하였다.
교감선생님의 말씀은 앞으로 딸아이가 살아가는데 있어 등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는 그런 등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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