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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리장엄 유물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륵사지유물관 노기환 전문위원이 보낸 '사리장엄 유물 특별전의 내용과 의의'를 전제한 것입니다. 27일 개막하는 특별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신문에 소개합니다.>
금제사리봉영기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유물은 금제사리봉영기, 사리기인 금동제사리외호·금제사리내호·유리사리병, 공양구인 명문이 쓰인 금판 등 9,900여점 이상이 확인되었으며, 석탑 하부에서 발견된 유물은 토제 나발(불상의 곱슬머리) 등 200여점 이상이 확인되어, 당시 석탑 내 발견 유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량이다.
639년 절대 연대와 무왕의 왕후라는 확실한 발원자의 존재가 확인된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장엄은 백제 역사와 불교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사리를 직접 봉안했던 금제사리내호와 금동제사리외호의 양식 및 제작기법은 7세기 전반의 백제 금속공예 및 미술 양식이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해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 탑은 창건 당시 석탑의 사리공 구조 및 유물의 배치 양상을 처음으로 완전하게 확인한 예이자, 석탑 하부 구조의 조사를 통해서 석탑 하부의 사리 공양 의례 관련 유물을 본격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대 백제 뿐만아니라 동아시아 탑과 사리장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봉안처 위치가 석탑 중앙부의 심주석 상면으로 변화된 점과 사리기의 구성 방식이 유리병-금호-금동호-석조사리공으로 이루어진 점은 수대 불교 미술의 영향이 크다. 한편 광구호 형식의 금속제 사리기 2점은 동시대의 중국이나 신라 등에서 유사한 예가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 호의 동체 제작방식이나 문양 표현 양식 등은 오히려 백제 특유의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새롭게 발전시킨 것이다.
사리
즉 미륵사지 사리기의 구성방식은 중국 수대 불교의 신경향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백제화된 양식으로 조형화된 것이다.
토제 나발(흙으로 만든 소라모양의 곱슬머리)
석탑 기단부에 인조 나발과 손톱을 봉안하는 의례는 중국의 불교 의례를 받아들여 백제화시킨 예로 추정된다. 부처의 머리카락과 손톱, 즉 불조발(佛爪髮)의 공양과 매납 의례는 문헌 기록에서는 양나라 무제 연간(601~604)부터 보이고 있으며, 인수연간(601~604)의 사리장엄구 중에서는 실제 머리카락이 사리기 안에 봉안된 예도 확인되었다.
아마도 불상의 나발을 탑 하부에 봉안한 것은 이러한 불조발 공양 의례와 관련된 백제만의 독특한 불교 의례 양상으로 해석된다.
미륵사지 석탑에 사리를 봉안한 사리기의 내부를 다양한 종류의 값진 구슬들로 가득 채우는 양식은 이제까지 동아시아의 사리장엄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백제만의 사리장엄 방식이다.
통일신라시대나 당나라의 사리장엄구에서도 이러한 구슬 충전 양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7세기 전반 백제에서 고유하게 발달한 사리장엄 방식인 구슬 충전 양식은 오히려 7세기 중반 이후 일본에서 계속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641년 창건된 일본 나라 야마다데라(山田寺)의 목탑에서는 둥근 사리공 안에 유개완, 금동호, 은호, 순금호, 청옥옥병을 넣어서 사리를 봉안했는데, 이때 유개완과 금동호의 내부에는 각종 구슬로 가득 채웠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한 711년경에 재건된 나라 호류지(法隆寺) 오중탑의 심초석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에서도 역시 사리기의 바깥쪽 용기인 대발(大鉢)과 유개호 사이의 공간을 각종 구슬들로 가득 채워 놓은 상태가 확인되었다.
금동제 사리 외호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들의 기본적인 형태와 제작기법은 전통적인 백제 금속공예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사리장엄 의례와 금속공예 제작기법을 수용하고 있어서, 당시 백제 문화가 국제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우수한 문화를 자기화하여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 사리기의 매납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인 구슬 충전 양식은 이후 일본 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백제후기까지 백제와 일본의 불교문화 교류가 지속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일괄품은 그동안 잊혀졌던 백제와 신라, 중국, 일본 등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 양상을 새롭게 밝혀주는 매우 귀중한 불교미술품이다.
이들은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백제 미술 양식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들로서, 백제 후기 불교 및 왕실 문화의 다양성과 개방성, 국제성을 잘 보여준다. 사리공과 청동합에서 발견된 진주 구슬의 존재는 백제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직접 교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 발견된 수많은 유물들에 대한 기초적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앞으로 각 유물들에 대한 개별적인 고찰 및 동시대 신라, 고구려, 중국,
금제 사리 내호
일본과의 관계를 심도 깊게 고찰하여 동아시아 고대사의 새로운 이해가 이 유물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편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는 유물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수습된 사리 및 사리장엄구 일괄이지만 직물류, 도자(칼), 사리병편 등 일부 유물은 보존처리가 완료되지 않아 제외된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 노기환 박사(주무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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