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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이솔잎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3년 11월 22일(금)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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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남 수필가

이분남 수필가

단풍이 절정이다. 가을 가뭄으로 해서 화사한 풍경은 못되지만 그런대로 나무의 가을은 화려하다. 저마다 이파리의 다양한 색깔을 한껏 뽐내며 자신의 살아온 삶을 드러낸다.

단풍은 나무의 화려한 결실의 표현이리라. 그 결실을 인간은 눈으로 즐긴다. 그 대가로 너는 단풍나무요, 너는 은행나무임을 잊지 않을 것이며 희망을 품고 새로운 만남을 기다릴 것이다. 제아무리 화려한 단풍도 한 잎 낙엽으로 자신의 몸을 추락시킨다.

여유로운 사선을 그리면서 땅에 떨어진 낙엽은 나무줄기 안에 잎줄기의 탯줄을 감추어 두었음으로 서러워하는 법이 없다. 육탈되어 가벼워진 육신을 저녁노을처럼 색 드린 후 한바탕 잔치를 벌임으로써 자연이 승자임을 인간에게 고하는 것이다. 만추의 기다림은 그래서 더욱 너그러운 것이 아닐까.


 늘 기다리는 일에 인색했다. 옹색한 인생이다 보니 살아내는 일이 녹록치 않아 남과 비교해 한 발 더 앞서 가야 직성이 풀렸다. 똑같다는 것은 뒤처짐을 의미하는 것이라 여기는 듯 말이다. 시간도, 계절도, 그리고 말과 행동에서 조차 기다려 벗하는 일 없이 살아내다 보니 황량한 들판에 결핍으로 허성해진 한 그루 나무가 나인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작년 또 재작년, 해마다 단풍을 보았을 터인데 지쳐 널브러진 자신을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그때는 지금보다 눈이 더 밝았고 귀도 더 밝았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느낄 수도 없었다.

어느 날, 눈과 귀가 한참 어두워져 미간을 찌그려야 보고, 한 번 들은 말을 재차 물어보는 일이 잦아지고서야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무가 온 힘을 다해 이파리를 물들여 내려놓음으로써 나무의 영혼을 거두듯 인간도 탄생으로 부여받은 능력을 하나씩 내려놓음으로써 흩어진 영혼을 거두어 온전한 자신과 마주 바라보는 것인가 보다. 거두어들인 영혼이 삶 안에 가득 차 한없이 겸손해지면 그 안에서 새싹을 틔우는 나무처럼.


 늦가을 서리가 소복이 머리 위에 내리 앉았다. 세월이 주었던 화려함을 세월은 거두어 갔으나 그 자리가 충만한 것은 새로운 희망, 곧 나를 두고 갔기 때문이 아닐까. 세월과 화해 한 일은 참 잘한 일이다.

발아래 떨어진 화려한 나뭇잎이 바람에 흩어져 흔적 없더라도 벗이 된 세월은 나를 나로 기억해 줄 것이라 위로해 본다. 익은 채 떨어진 색 고운 나뭇잎을 주어 책갈피에 넣으며 어쩌면 기다리는 것은 떠나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함께 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기다림의 대상은 결국 ‘나‘이기에······.

이솔잎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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