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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2.135m의 원형 둘레에서 벗어나면 안된다. 지름 10cm 안팎의 4kg짜리 포환을 손에 쥐고 호흡을 고른다. 관중들의 함성은 저멀리 환청처럼 들린다. 힘차게 몸을 돌려 회전력을 얻고 동시에 팔을 쭉 뻗어 허공에 포환을 던진다. 합! 소리와 함께 창공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던 포환은 부채꼴 경기장에 육중하게 내려 꽂힌다. 짧은 순간에 희비가 교차한다. 기록을 확인하는 눈길이 매섭다. 장내 아나운서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대회신기록이 수립됐음을 알린다. 15.21m. 관중석에서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진다. 불과 몇 달전 암으로 세상을 달리한 아빠의 미소가 눈앞에 선연하다. '그래, 장하구나. 내 딸아' 열아홉 살. 이미나(이리공고3)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약을 떼고는 하루조차 견디기가 어려운 엄마의 모습도 스쳐간다. 지금껏 방황하고 힘들어 할 때마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던 코치선생님이 환한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다. 지난달 22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8년 연속 전국소년체전(5연패)과 전국체전(3연패)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이미나는 이번 전국체전을 앞두고 발등에 부상을 당해 두 달여 동안 연습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당일까지도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도전에 나선 이미나는 자신의 부종목인 원반던지기도 6차례 주어진 시도를 한 번으로 끝냈다. 웬만하면 동메달 정도는 따낼 실력이었지만 자신의 주종목인 포환던지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단다.
다행히 경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부상도 문제였지만 그 보다 힘들었던건 저에게 가장 큰 지원군이였던 아빠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거였어요. 항상 나가는 대회마다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셨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하지만 이미나는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대회에 나가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을 유달리 좋아했던 아빠를 생각해서였다.
이미나의 가족은 모두가 스포츠맨이다. 아버지는 유도로 탄탄한 몸매를 유지했었고 어머니는 핸드볼 선수로 활약해 민첩하다. 네 살 위인 오빠는 태권도 대회에 자주 출전했었다.
가족들의 장점만을 취한 이미나는 초등학교 3학년때 포환던지기라는 종목을 알게 됐다. 또래보다 큰 체격조건을 눈여겨 보았던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최진엽 코치를 만나게 된다. 이후 기본자세부터 익히기 시작한 이미나는 5학년때 출전한 전국소년체전에서 1위를 기록한 이래 올해 전국체전까지 8차례 도전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2위로 밀린 적이 없는 이미나는 국제무대에도 진출해 2011 프랑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4위를, 2012 스리랑카 아시아육상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2등을 했으며 올 7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서는 당당히 1위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아직 이미나가 가야할 길은 멀다. "앞으로 4~5년 안에 한국기록을 깨고 싶어요. 우선 내년에 실업팀 소속으로 첫 대회에 출전하는데 서서히 기량을 높일 생각입니다.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발레리 애덤스 선수를 능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나는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저는 매년 봄이 되면 슬럼프를 겪어요. 또 그동안 솔직히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시즌때는 기록에 대한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동계훈련에는 몸이 힘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이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익산시청 실업팀에 입단하게 되면 학생이 아닌 운동선수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을 더욱 담금질하고 또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저는 사람들이 저에게 보내는 관심이 좋아요. 저를 응원해주면 없던 힘도 생기거든요. 제 경기를 지켜본 분들은 별로 긴장을 안하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저는 시합 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좋아요. 즐기는 거죠."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이번 전국체전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1위에 오른 이미나는 이변이 없는 한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한다.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미나는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운동에 미쳐서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우석대에 진학한 조영현(창던지기) 언니나 같은 학교 동기인 신광철(원반)이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해요. 기록이 좋든 좋지 않든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한다는 신념을 어른스럽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면 이들처럼 정말 즐기면서 열심히 할거에요."
지금까지 자신을 후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제가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광화문마라톤 김양수 회장님은 중학교 시절부터 절 후원해주셨고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김완수 전 동문회장님은 1년째 장학금을 후원해주고 계세요. 그리고 교장선생님께서도 운동부 지원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구요. 이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건 앞으로 좋은 기록으로 보답해 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 이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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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이미나선수를 만나기 위해 함열에 있는 집을 방문했을 때 이미나는 쌀쌀한 가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반바지와 반소매를 입고 있었다. 허리 통증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 강예순(56)씨는 혼자 있는 딸이 마음에 걸려 잠시 외출을 나왔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배웅하고 돌아온 이미나는 손님들을 위해 차를 마련하고 차분하게 거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포환던지기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포환을 던져 거리를 겨루는 경기이기 때문에 온몸의 힘을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이를 분출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한다. 때문에 정확한 자세와 동작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근력이나 순발력, 평형성, 민첩성 등이 요구되므로 꾸준한 연습으로 인내심, 자신감,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나는 10년간 포환던지기를 하면서 이러한 능력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워왔음에 틀림없다. 어린 나이임에도 질문에 대한 빠른 이해와 답변으로 인터뷰는 쉽게 진행됐다. 지나온 과정에 대한 반성은 엄정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은 분명했다.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 또한 또래의 친구들보다 뛰어났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버무려 한두 단계 뛰어올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를 이미나 선수의 진정한 팬으로써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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