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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근 전북도의원
가을과 함께 정치의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박성일 전라북도 행정부지사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도내 모 지역 단체장 출마가 이유라고 한다. 지난 8월 정무부지사 사퇴에 이어 행정부지사마저 자리를 떠나게 된 전라북도는 도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생각되어 답답한 마음이다.
현재, 도내에서 단체장 출마의사를 저울질하고 있는 공직자와 퇴직자는 십 수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출마를 두고 가타부타 할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는 상당수 고위 공무원들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움직임으로 지역이 일찌감치 선거분위기에 휩쓸려 버린다는 점이다.
이번 박성일 행정부지사 사퇴는 분명 도정 공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그에 따른 비난도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행정부지사 사퇴를 보면서 한편으로 신속한 결단이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고위 공직자다운 책임감 필요
한마디로 말한다면 박 행정부지사는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공직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한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사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공직에 있으면서 선거준비를 하고, 자신이 가진 행정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박성일 행정부지사는 달랐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이상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도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치일정과 선거방향도 결정되지 않는 시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고위직 공직자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북도 행정부지사처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신속한 결단으로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유형이 있는 가하면, 둘째는 출마를 생각하고 주변의 정치적 상황을 저울질하며, 자신의 직위를 충분히 이용해 선거 채비를 하다가 유·불리 상황을 보면서 출마 결정을 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을 쉽게 말한다면 양 다리를 걸치며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가진 사람이다. 이 유형의 특징은 항상 자신은 주민에게 수혜를 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공직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치 주민을 위한 업적으로 홍보하며 공직생활 내내 오로지 주민을 위해 산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직자 때문에 주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때문에 자신이 대우받으며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공직사퇴나 출마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에 외부인, 특히 정치인인 내가 옳다 그르다고 쉽게 할 말은 아니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내가 주인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보며 답답함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현직이라는 이익에 매달리지 말아야
선거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공직자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현안과 각종 사업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고 관심도 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역시 몸은 현직 공무원이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기형적 현상이다.
공직자는 공복(公僕)으로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지금 일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고위공직자 다운 결단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공직자 출신 특성에는 3P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3P는 너무 신중(prudence)하고 소극적(passive)인 반면 자부심(pride)만 강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이 가진 행정 경험과 경쟁력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경우 주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그릇된 정치적 계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 입문을 위한 기본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우리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중대한 일이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방재정 상태를 개선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인재를 뽑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출사표를 내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현직을 유지하며 선거에 몰입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박성일 행정부지사처럼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고위공직자라면 현직이 주는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당당하게 사퇴하여 아름답게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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