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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데워서 먹을까, 덥혀서 먹을까? 찬물은 데워야 할까, 덥혀야 할까? 훈훈한 미담은 가슴을 데워줄까, 덥혀 줄까?
‘데우다’와 ‘덥히다’는 그 의미 차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흔히 혼동하여 쓰는 낱말이다.
‘데우다’는 ‘데다’에서 만들어진 말로 불기운을 직접 쬐어서 뜨거워지거나 따듯해지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반면에 ‘덥히다’는 ‘덥다’에서 나온 말로 덥게 만든다, 따뜻하게 만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그 의미를 구분하여 밝히고 있다.
데우다 (사람이 찬 것을) 열을 가하여 덥게 하다 덥히다 (사람이 어떤 물체나 물질을)열을 가하여 높은 온도를 가지게 하다. (사람이 몸을)불을 쬐거나 무엇을 덮거나 하여 체온이 올라가게 하다.
‘데우다’는 주로 액체 상태의 식은 음식 혹은 찬 음식에 불기운을 쐬어서 먹기 좋도록 따끈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이나 찌개와 같이 국물이 있는 음식은 ‘찌개를 데우다’, ‘국을 데워 먹는다’,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한 잔 마시면 잠이 잘 올 것이다.’, ‘찬밥을 데워서 상에 올렸다.’ 등과 같이 어울려 쓰인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찌개를 덥혀 올까요?’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문장에서보다는 구어로서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데우다’에 비해 강한 어감을 느끼게 하는 발음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구어에서는 ‘쏘주’, ‘꽈대표’, ‘갈려고’ 등과 같이 좀 더 강한 느낌의 낱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데우다’보다는 발음에 있어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덥히다’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때로는 ‘덥히다’가 음식과 관련해서 쓰이기도 한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닐 텐데.’, ‘더운 국물이라도 좀 드세요.’ 와 같이 쓰이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 표현은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러운데 낱말의 순서를 바꾸어 표현하면 어색해지고 만다. ‘더운밥’이 ‘밥이 덥다’가 되고 ‘더운 국물’이 ‘국물이 덥다.’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로서 ‘덥다’는 음식 이름 앞에서 꾸며주는 역할로는 쓰일 수 있지만 음식 이름 뒤에서 꾸며주는 말로는 쓰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도를 높여야 하는 대상의 차고 뜨거운 정도에 따라서 ‘데우다’와 ‘덥히다’는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미지근한 물’은 ‘데우다’보다는 ‘덥히다’가 어울리고 ‘찬 물’은 ‘덥히다’보다는 ‘데우다’가 더 어울린다. ‘데우다’는 애초부터 차가운 액체에 불을 때서 온도를 올리는 경우에 어울리고 어느 정도의 온기가 있는 상태의 액체를 더 따뜻하게 할 때에는 ‘덥히다’가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온도의 액체라도 마실 목적 등으로 비교적 적은 양의 물의 온도를 높힐 때에는 ‘데우다’가 자연스럽고 대중 목욕탕의 물과 같이 많은 양의 물인 경우에는 ‘덥히다’가 더 자연스럽다.
실내의 온도를 높여 따뜻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나 체온을 정상이나 혹은 정상보다 더 높은 상태로 올리는 경우에는 ‘덥히다’를 사용한다. 이때 ‘데우다’를 사용한다면 몸이 ‘데고’ 말 것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경우에 ‘덥히다’를 쓰는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음이나 감정 따위를 푸근하고 흐뭇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덥히다’를 사용한다.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는 이불을 끌어당길 만큼 쌀쌀해졌다. ‘덥힌’ 방에서 ‘데운’ 음식을 먹고 싶어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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