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호원대 한국어교육원 한국어강사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즐거운 나의 집/ 존 하워드 페인 작사
사랑하고도 아무 일 없듯이 모른 체 한다는 그건 너무나 가슴이 아픈 안타까운 일이예요.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 우연히 길을 걷다가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쁘게 사랑한다 말하세요.
-기쁜 우리 사랑은/ 최성수 노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차이가 있어서 서로 바꾸어 쓰면 어색해지기도 하는 낱말들이 있다.
‘즐겁다’와 ‘기쁘다’도 이에 속한다.
위 노랫말의 ‘즐거운’을 ‘기쁜’으로 바꾸거나 ‘기쁘게’를 ‘즐겁게’로 바꾸어 쓴다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루하루가 즐겁다’에 비해 ‘하루하루가 기쁘다’는 어색하고 ‘즐거운 방학’에 비해 ‘기쁜 방학’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즐겁다’와 ‘기쁘다’는 어떻게 다를까?
‘즐겁다’는 ‘즐거운 여행’, ‘즐거운 소풍’, ‘즐거운 하루’, ‘즐거운 생활’, ‘즐거운 한때’, ‘즐겁게 지내다’ 등과 같이 쓰인다. 이때 ‘즐겁다’와 함께 쓰이는 ‘여행’, ‘소풍’, ‘생활’, ‘한때’, ‘지내다’ 등의 낱말들은 모두 짧은 시간에 끝나고 마는 것들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즐겁다’와 관련된 것들은 단시간에 끝나는 일도 아니고 한 번으로 그치는 일도 아니다.
따라서 ‘즐거운’ 느낌도 해당 사건이 지속되는 기간 내내, 혹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쁘다’는 ‘기쁜 마음’, ‘기쁜 얼굴’, ‘기쁜 소식’, ‘기쁜 일’, ‘기쁘게 맞이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기쁘다’와 어울리는 낱말들은 모두 잠깐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따라서 ‘기쁨’의 감정도 잠시 일었다가 조금 지나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기뻐서 날뛰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다’ 등을 보면 ‘기쁨’이 상당히 격렬한 감정임을 알 수 있다. ‘기쁨’의 생명이 짧은 것은 그 느낌이 격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즐거움’은 ‘기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길다. 감정의 생명력이 긴 만큼 그 농도는 옅을 수밖에 없다.
‘즐거움’은 내 안에서 스스로 일으킨 감정이어서 외부조건과 관계없이 의지에 따라 감정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쁨’은 바깥에서 온 자극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감정이어서 감정을 일으킨 요인이 사라지면 함께 스러지고 만다는 차이가 있다.
‘즐거움’은 더디게 달아올라 꾸준한 열기를 이어가다 천천히 식어가는 능동적인 감정이고 ‘기쁨’은 쉽게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고 마는 수동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즐거움’이나 ‘기쁨’은 모두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미소짓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격렬한 ‘기쁨’으로 다가와 오래도록 은근하게 ‘즐거움’으로 지속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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