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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익산시장
이제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도 ‘땅에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에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처서(處暑)는 한여름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하는 절기로,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맘때가 되면 맑은 날이 연이어지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날이 된다.
가을 햇살을 받은 농촌의 들녘은 하루가 다르게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흔히 곡식은 농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이른 봄에 뿌린 씨앗이 농부의 밤낮 없는 정성으로 알찬 결실로 여물어가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익산에서는 풍성한 수확의 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양질의 황토흙에서 자란 탑마루 고구마가 본격 출하되고 있으며 낭산면 들녘에서는 벌써 올해 첫 벼베기를 했다. 여름의 그 혹독했던 무더위와 폭염의 시련을 이겨낸 농민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가을 들녘의 풍성함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와 달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상인들은 오히려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 여름 35℃가 넘는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폭염으로 그나마 전통시장을 찾던 시민들마저 무더위를 피해 냉방시설을 갖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자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불황의 그늘에 내몰린 영세상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그리고 그 곳의 영세상인은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근간이다. 이들이 살아나야 지역경제도 비로소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비바람과 뙤약볕, 가뭄과 태풍의 시련을 견디고 풍성한 수확을 기다린 것처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상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흔히 전통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인정머리 넘치는 시장이라고 한다. 전통시장은 특히 지갑이 가벼워진 서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인간적인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서적인 안식처이자 지역사회의 생활문화 공간이다.
명절을 명절답게 해주는 것은 바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가지런함이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흥겹고 즐거운 명절을 만끽할 수 있는 전통시장의 풍성함이 아닐까?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오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려 알뜰하게 장도 보고 훈훈한 이웃의 정을 느끼며 마음이 보름달처럼 풍성해지는 한가위 명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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