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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익산신문(487호.8월19일자)에 실린 '시민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김현 교무의 특별기고에 감명을 받았다. 원불교단에서 추진해온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이 보수적 개신교도들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듯한데, 반대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나 비판 없이 ‘내 탓’을 앞세우며 이 사업이 돌이킬 수 없게 되더라도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향한 아름다운 동행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직자로서의 수양이 엿보여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익산시의회가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위한 시비 지원을 부결시켰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원불교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보수적 개신교 목사들과 시의원들이 반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심이 빈약해 신도로 자처하기 어쭙잖지만, 집안에 목사를 대여섯 둔 집사로서 하루 이틀 보고 어제오늘 느낀 게 아닐지라도 보수적 개신교의 배타성과 편협함에 새삼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고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이를 반대했던 시의원들이 나와 교분이 있거나 대체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평판을 받아온 터라 충격과 분노가 더 컸다. 가까이 지내는 교수들과 시민운동가들이 힘을 합쳐 내년 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자고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표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보수적 교인들의 표를 의식해 반대했을 텐데, 건전한 상식을 지닌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표결에 기권하거나 반대했던 시의원을 포함해 여러 시의원들에게 전화해 의견도 들어보고 개신교도들과 원불교도들 얘기도 들어봤다. 이 과정에서 내가 잘못알고 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품게 된다.
첫째, 국제마음훈련원이 중요하고 필요해서 많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라도 원불교단이 보수적 개신교계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시의회의 협조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국비 지원 126억원과 도비 지원 31.5억원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자비 부담을 조금만 늘리면 시비 지원 없이도 예산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는 김현 교무의 지적대로 ‘힐링 센터’의 취지에 맞지 않고, 치유의 성과가 반감될 것이며, 세계적으로 종교협력 운동을 추구해온 원불교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국비와 도비 지원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원불교 측에서 절차를 소홀히 하며 밀어붙인 측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원불교 지도자들은 이를 반대했던 목사들과 시의원들의 불만이나 오해를 풀 수 있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동의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끝까지 힘쓰기 바란다.
둘째, 보수적 개신교단에서도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에 따르기를 기원한다. 평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유일신 사상을 바탕으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 때문에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은 갈등과 전쟁을 불러왔는가. ‘기독교’ 하면 떠올리게 되던 사랑, 희생, 헌신 등을 요즘 보수적 개신교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 자리를 배타, 독선, 편협 등이 차지하는 듯하다. 선교와 전도에 힘쓰더라도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이 원불교의 포교활동이라도 그것을 반대할 게 아니라 개신교에서는 더 멋지고 참신한 전도활동을 벌이기 바란다. 익산시에서 원불교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왔다면 그것을 방해하기보다 개신교에서는 시민을 위한 더 아름다운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아내도록 힘쓰는 게 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원받지 못했으니 남이 지원받으면 안 된다는 파괴적 뺄셈 논리보다 남이 받으니 나도 받아보자는 건설적 덧셈 논리를 앞세우자는 말이다.
셋째, 지난 6월 시의회의 부결 소식을 들은 직후 가졌던 생각 가운데 하나는 ‘평화적 갈등 해결’을 공부해온 평화학자 겸 평화운동가로서 내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시장과 시의장 그리고 반대했던 개신교 대표와 추진했던 원불교 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침 익산시장의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은 듯한데 이에 덧붙여 중재력과 지도력까지 발휘하여 지금까지 있어온 종교 간의 갈등이나 대립을 풀어줄 겸 대화나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면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익산을 만드는 시정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넷째, 이 문제에 관해 시민운동가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익산에는 건전한 상식을 갖고 다방면으로 바람직한 활동을 펼치는 시민운동 단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일엔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대한 시의원 4명 가운데 시민운동가 출신이 있는 탓일까. 익산엔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반대하는 옹졸한 개신교도들 보다 예수를 본받는 진정한 개신교도들이 더 많을 테고, 건전한 일반 시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시의원들이 반대하고 시장이 방관하는 것은 이기적 소수는 단합되어 큰소리를 내는 반면 건전한 다수는 흩어져 방관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선거에서 뽑히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 정치인들이 단합된 소수의 큰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의정과 시정을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가들이 홍보와 조직을 통해 건전한 다수 시민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교수, 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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