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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영 익산국악원장
무던히도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 속에 익산시 낭산면 심곡사로 제자들과 함께 여름 산 공부를 하기 위해 들어와 모두들 열공중이다. 물소리, 새소리, 온갖 풀벌레 소리에 마음에 평온이 찾아든다.
1995년 처음 익산 금마에 있는 재실을 소개받아 시작한 산 공부가 올해로 20회째다. 기대를 하고 갔던 그곳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힘이 들어 이듬해에는 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안심사 절로 들어갔지만 그곳 또한 적합한 장소가 되지 못했다.
좋은 장소를 찾던 중에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주은숙 명창으로부터 우연히 지리산 칠선계곡을 소개 받았다. 무려 15년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수련을 할 수 있어 더없이 기뻤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가 없게 되었다. 고창의 산중 외딴집에서 2년간,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마음은 익산 심곡사를 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심곡사는 국창 정정렬 선생께서 떡목을 극복하셨던 곳이라 우리 소리꾼들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심곡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몇 년에 걸쳐 심곡사를 찾아 부탁을 드려봤지만 외부인이 기거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허락받지 못했다. 올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곡사를 찾았는데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말씀이 돌아왔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곳 주지인 화평스님께 떼를 써보기로 했다. 마침 지난해 지어진 국창 정정렬 기념 떡목공연장이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공연장 아래쪽의 대기실에서 기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막무가내로 매달렸다. 어렵게 허락을 받아 심곡사에서 시작된 산 공부는 그리운 고향을 찾은 듯 마음이 편안해짐을 안겨줬다.
아름답게 흐르는 계곡위에 지어진 무대와 그 옆에 조성된 편안한 무인 찻집, 특히 심곡사 떡목공연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교훈을 주고 있다.
소리꾼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떡목을 지니셨음에도 심곡사 독공으로 열심히 탁마해 역경을 이겨내시고 근대 5명창 중 한분으로 우뚝 서 후세에 이름을 남기시며 익산의 소리꾼들의 버팀목이 되시는 분이 바로 국창 정정렬 선생님이다.
요즘 과잉보호 속에 자라난 후손들이 너무 쉽게 모든 걸 포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심곡사 정정렬 기념 떡목공연장을 기억하며 하면 된다는 용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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