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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전 원불교 중앙교구장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깊이 관계되어 있음을 망각 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익산시를 만들려면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바가 충돌하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익산에 들어설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놓고 일부 개신교 측과 원불교종단 사이의 갈등과 대립의 양상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먼저 일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익산시(의회)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점은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익산시 개신교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평사회시민모임 측에서 주장하는 특정 종교 편향지원 문제나 혈세낭비 등이나 시설의 사용목적이나 취지에 대해서도 곡해가 많다는 점은 원불교 측에서 익산 시민들과의 대화와 홍보를 통한 설득이 부족했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부의 반대여론은 설득 부족한 원불교의 탓
종교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종교가 갖는 사회적 기여에 대한 평가에 근거하며 국가 사회에 대한 종교의 긍정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정책판단에 의한 것이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에 대한 정부 예산지출의 타당성은 주무부처에서 결정하는 일이다. 종교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성균관, 조계사, 수운회관, 종로교회, 명동성당, 템플스테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 내용에 대한 평가와 판단에 근거한 것이지 원불교에 대한 특혜로 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
종교간의 갈등과 대립은 지난 과거 인류 역사에서 참혹한 전쟁과 비인간화의 도구로 전락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세계도처에서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반성으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는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대회에 일본 기독교 대표인 히라이 가네조 목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산 밑에 길은 많지만 높은 산의 같은 달을 보고 있구나. 세계종교는 천차만별이지만 각기 찾고 있는 진리는 하나일 뿐이다. 진리의 태양이 한번 빛을 발하면 불교이고 예수이며 이슬람교이다. 모두 힘을 합하여서 세계를 구원하자.”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초 크리스천아카데미를 이끌었던 강원용 목사가 앞장서서 이웃종교간의 대화와 협력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6대종교협의회 등은 다 거기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노력들은 다종교상황에서 한국 종교계가 크게 갈등하지 않고 민족과 국가적인 과제에 협력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도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이웃종교들간에 협의회를 구성하여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우의를 증진하고 있다.
이웃종교간 하나가 되려 노력했던 선구자들
원불교는 ‘세계도 하나, 종교도 하나’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종교협력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불교 총부가 있는 익산에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놓고 이웃종교간의 화해와 협력을 원활하게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원불교가 교리정신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이웃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시대이다. 이웃종교와의 만남은 서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다. 종교는 마땅히 인류와 민족이 처한 과제를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각 종교는 선교가 제일의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교(포교)는 하느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라는 가르침에 충실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선교가 십자군적인 방법으로 지상의 평화를 해친다면 결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선교는 세상(이웃)을 향한 열린 마음과 영혼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할 때 아름다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1962-1965) 결과는 천주교 교세가 양적 · 질적으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보여준 천주교의 성숙하고 열린 신앙은 천주교 교세 확장의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사업
오늘날 우리사회는 물질문명이 가져온 정신적 공허함을 치유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인식 아래 기도와 명상, 피정과 선(禪) 등 종교적 방법을 통한 마음치유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은 이러한 흐름과 요청에 부응하고자 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특히 원광대학교가 갖는 마음인문학에 관한 인프라는 전라북도와 익산시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국제마음훈련원은 마음인문학의 연구 결과를 시험하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영성지도자를 배출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포함하고 있었다.
마음치유는 원불교 포교의 수단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영성의 문제, 마음의 문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토대이며, 모든 종교가 깊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이다. 영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참다운 삶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앞으로 종교와 사회는 이 문제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독교의 YMCA · YWCA 등에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그 시설들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의 템플스테이나 개신교의 기도원 그리고 천주교의 피정의 집과 원불교의 마음훈련원이 각기 고유한 종교적인 특성을 가지고 노력하여 사람들의 삶에 안정을 얻도록 하고 정신적 치유의 성과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리하여 익산이 영성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에게 정신과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도시가 된다면 익산시민의 행복지수도 훨씬 상승될 것이다.
국제마음훈련원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자부담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수 도 있겠지만 익산시의 동의가 없는 사업은 그 취지에도 맞지 않고 성과도 반감될 뿐 아니라 절차상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가 되기 때문에 원불교 측에서는 그러한 의사가 없는 줄로 안다.
종교간 갈등 털고 이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 되길
앞으로 상황이 호전되어 당초의 목적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더라도 종교간 갈등의 문제로 번져가지 않고 서로가 이해와 협력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위해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새로운 시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리 그 자체보다 자기 종교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종교보다 자기 교파를 더 사랑하게 되고 자기 교파보다 자기 교회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종국에 가서는 자기 교회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고 한 신학자의 말은 종교지도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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