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상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강사
‘게릴라 콘서트’, 게릴라 동창회’, ‘게릴라 이벤트(행사)’, ‘게릴라성 폭우’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게릴라’라는 단어를 많이 듣기도 하고 사용하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지난 아픔이 있었던 우리들에게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모 방송국에서 ‘게릴라 콘서트’라는 제명으로 프로그램이 성공한 후 대중들에게 ‘기습’, ‘깜짝’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문화가 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사소한 생각의 전환이 또 다른 의미의 단어를 생성하듯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릴라guerilla는 적을 기습하여 공격하거나 정해진 공간이나 진지 없이 벌이는 유격전을 의미한다. 지금도 테러와 관련되어 사용하는데, 이런 의미와 문화(文化)의 결합은 생소할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화 게릴라’라는 경계를 허물고 기존 제도나 규칙, 틀을 무너뜨리는 행위, 즉 고정관념 되어 버린 관습이나 행위, 생각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장르로 창조하는 ‘전방위 예술가’ 들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미술, 영화, 음악, 문학, 사진, 연극, 디자인 등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인데 대표적인 인물이 이윤택이다.
이윤택은 한국 현대연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이자 연출이다. 무대드라마는 물론 시, 평론, 시나리오, 축제, 무용, 대중가극,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하는 ‘전방위 예술가’이다.
이러한 이윤택을 시인 기형도는 “그때부터 그는 문화게릴라가 됐다. 권련을 생래적으로 거부하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치고 들어가 크게 휘저어 놓은 뒤 어리둥절해 있는 틈을 타 살짝 빠지는 게릴라, 진지(陣地)가 생기는 순간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게릴라인 이 씨가 지금은 성(成)을 짓고 있다. 향상 중심의 반대편, 뭔 모자란 곳으로 움직였다 그가 머무르려고 한다.”라고 한 문예지에 소개 한 적이 있을 만큼 그는 철저한 ‘문화 게릴라’였다.
한국연극과는 차별되는 실험적인 작업을 함으로써 그 당시 연극계에 관심을 끌었다. 서양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굿이나 탈춤 같은 우리의 전통 연희를 변형하는 등의 기존 연극과 다른 공연을 관객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윤택의 작품성도, 연극성도 아닌 인문학적인 상상력이다. 같은 소재, 같은 모티브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이윤택만의 상상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통해서 과감하고 도전적인 문화 창조는 ‘문화 게릴라’로서 입지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누구나 ‘문화 게릴라’가 될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나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고정불변의 문화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딱딱함에 신선한 활력을 주려는 것만으로 ‘문화 게릴라’로 가는 첫 걸음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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