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호원대 한국어교육원 한국어강사
우리말은 공대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공대법은 높임법, 경어법, 대우법, 존비법, 존대법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공대법은 크게 존경법과 겸손법으로 나눌 수 있다. 존경법은 존경의 대상이 되는 상대를 직접 높여 말하는 방법이고, 겸손법(또는 겸양법)은 말하는 이 자신의 행동이나 동작을 겸손한 태도로 낮추어 말함으로써 상대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존경법에는 압존법도 있는데, 이는 문장의 주체가 화자보다는 높지만 청자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으로, 아들이 할아버지 앞에서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와 같이 아버지를 높이지 못하는 높임 표현을 말한다.
이러한 공대법은 예절과 관계되는 언어 행위로서 규범성이 강하다. 따라서 가정이나 학교 교육을 통하여 그 사용 능력을 신장시키고 규범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대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언어예절이 달라져서 형성된 것이다.
공대법 사용에 있어서 가장 크게 혼동을 일으키는 부분은 바로 압존법이나 간접 높임(간접 존경)일 것이다. 압존법에 대해서는 전에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간접존경과 혼동을 일으키는 과잉공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표준 화법 해설’에 의하면 높여야 할 대상의 신체 부분, 생활의 필수적 조건이 되는 사물, 개인적 소유물 등 주체와 관련된 것에 대하여 ‘-(으)시-’를 결합하여 주체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간접높임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으)시-’는 존대를 받아야 할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아닌 경우에도 붙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분이 커피세요?’, ‘할아버지는 통일이 소원이시다.’, ‘할머니, 짐이 무거우시면 제가 좀 들어 드릴까요?’ 등의 문장에서는 존대를 받는 주어의 서술어뿐만 아니라 그 주어가 경험주(어떤 상태를 보이는 대상이나 일정한 상태나 상황을 겪거나, 일정한 동작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말)가 된다든지 하여 관련성이 있는 서술어에도 ‘-(으)시-’를 붙인 경우이다.
‘-(으)시-’는 단순히 나이, 직업, 성별 등 주어진 사회적 조건에 의해 공식적으로 말하는 이가 듣는 이를 높이거나, 듣는 이와 주체와의 대비에서 말하는 이가 듣는 이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이가 주체에 대해 가지는 각별한 친밀감이나 관심을 언어 행위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의 의미를 지닌 ‘있다’의 높임말인 ‘계시다’의 예를 보자.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안에 누구 안 계시니?’, ‘교수님은 지금 댁에 계실 겁니다.’와 같이 주체가 사람인 경우에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윗사람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와 같이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다. ‘계시다’의 주체가 ‘교장 선생님’이 아닌 ‘말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듣기에도 어색한 과잉공대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나 전화로 영업을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에 대한 각별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잉공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 제품은 품절이십니다.’, ‘거스름돈은 ○○○원이십니다.’, ‘이 제품은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로 나오십니다.’, ‘오늘의 메뉴는 ○○○이십니다.’, ‘○○님, 약 처방 나가십니다.’, ‘점잖으신 분이 이것이 무슨 짓이세요?’,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좋은 취미십니다.’, ‘올 여름 유행에 맞는 제품이십니다.’ 등과 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표현을 듣게 된다.
과잉공대는 불필요한 표현으로 듣는 이에게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듣는 사람을 높이자는 것인지,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여행이나 보험 등의 상품을 높이자는 것인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바른 공대법을 익혀 과잉공대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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