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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 원광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전북시·군 교총회장 연합회장
“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송별회라도 하자는 동료들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이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채 미스 김은 미련 없이 떠났다. 계약기간 3개월이 종료하자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당당했다. 스스로 비겁해지지 않으려고 오롯이 홀로 서는 법을 배운 미스 김의 비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미스 김을 만들어 낸 것은 기댈 곳 없는, 의지할 데 없는 계약직의 슬픈 현실이었다. KBS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神)’ 이 ‘슈퍼계약직’ 미스 김이 예정대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에 의하면 마지막 회 전국시청률이 14.2%였고, 총 16회의 평균 시청률은 13.0%였다고 한다. 나는 첫 회를 제외하고는 전편을 빠지지 않고 시청했다. 드라마는 미스 김을 중심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청년실업 등 우리사회 고용 불안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매회 펼쳐지는 코믹한 상황에는 우리사회의 쓸쓸한 현실이 담겨져 있었다.
100개 넘는 자격증을 갖출 정도로 만능에다가 계약된 업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완벽하게 완수하지만, 계약 사항이 아닌 업무는 칼 같이 거절하고, 회사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는 맺지 않는 미스 김은 비정규직의 또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적인 동료애를 강조하면서 정리해고를 서슴지않는 회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작금의 현실과 딱 맞닿아 있었다.
미스 김이 회사를 우정이 아닌 생존을 나누는 곳으로 규정한 것은 차가운 현실사회의 반영이었다. ‘막내딸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다’라는 고 과장의 소원은 대다수 딸자식을 두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박한 가장의 소원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의 횡포’도 비정규직을 매몰차가 내치는 드라마 속의 상황과 겹쳐졌다. 미스 김은 자발적 계약직을 택하며 끝까지 ‘을’을 대변했다. 박진감이 넘치고 촘촘한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를 이끈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다고 본다.
미스 김으로 분장한 배우 김혜수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열연은 ‘김혜수가 아닌 미스 김’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명품배우 김혜수는 섹시스타 이미지를 버리고, 빨간 내복과 우스꽝스러운 메주 인형분장도 마다하지 않으며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시청했던 우리 모두에게 선사했다.
김혜수의 연기는 그가 섬세한 코미디에도 능한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일깨워 주었다. 더구나 ‘~했습니다만’ 이란 특유의 말투도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직장의 신(神) ‘미스 김’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사실테러다’ 라고 직장에서 너무 자주 있는 ‘회식’을 두고 미스 김이 한 말이다.
미스 김은 부장의 정규직 제안에도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다” 며 단 한마디로 거절한다. 국내 최초 ‘자발적 계약직’ 미스 김과 그를 둘러싼 소시민들(특히 비정규직)의 삶을 리얼하게 그린 직장의 신이 가슴 속 깊이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숱한 어록과 함께 ‘신드롬’까지 불러올 정도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심취했다.
비정규직이 철철 넘쳐나고, 청년백수가 수없이 많은 현실에서 부장도, 팀장도 쩔쩔 매는 슈퍼계약직이 과연 있을까. 10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도 계약직 사수에 목숨을 건 ‘말 많은 미스 김’이 존재하고 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일게다. 그럼에도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TV앞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뭘까. 누구나 겪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라는 점이 소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라고 본다.
“계약을 연장하면 다음 계약을 기대하고, 그러다보면 회사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 한다” 며 “비겁해지기 싫어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다” 는 미스 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오늘도 재계약을 걱정하는 이들, 비정규직이라도 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들. 나를 포함한 이 시대의 모든 월급쟁이들에게 뜨거운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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