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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여성단체협의회 ‘한동연’ 회장(53). 남자 이름이다보니 여성단체 리더와는 어딘가 거리감이 있어 보이지만 여성봉사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진정한 ‘여성 지도자’다.
한자로는 한 가지 同(동)에 물 따라 갈 沿(연)자를 쓴다. 물 따라 가듯이 한 길로만 가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셨다. 봉사단체에서 20년 넘게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묵묵히 지내 온 것도 어찌 보면 ‘이름값’ 때문인 듯하다.
한 회장은 “이름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물 흐르듯 한 길로만 걸어왔다. 하고 싶은 일(봉사)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는데 원 없이 만났다. 그게 재산 아닌가.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고, 행복한 여자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15개 익산시 여성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공주병’, ‘새침 떼기’로 불리어진 한동연 회장이 일약 ‘일꾼’으로 부상하기 까지 ‘20년 한 길 인생’을 따라가 봤다.
#익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 만장일치 추대
한 회장은 익산시 춘포면 천동리가 고향이다. 천서초와 춘포중을 졸업하고 전주로 유학길에 올라 미션 스쿨인 기전여고를 다녔다.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재원이다.
사회 활동에 나선 것은 1992년. 대한어머니회 익산지회를 창립하면서부터다. 중추적 창립 멤버였지만 회장은 다소 늦은 2008년에 맡았다.
익산시 15개 여성단체를 이끄는 협의회장 취임은 지난해 2월. 원래 15개 단체 회장단이 모여 투표로 정하지만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2천500여 명에 달하는 여성 봉사 회원의 리더에 오른 것. 임기는 2년이다.
회장을 맡은 지 벌써 15개월이 훌쩍 지났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익산시 상하수도사업소 3층에 마련된 협의회 사무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다. 여성 단체의 대표성을 띤 아이템 구상하랴, 새로운 사업 추진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항상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니 그저 신바람이다.
#‘김치 담그기·청소’ 봉사활동 변해야
한 회장은 뭔가 달랐다.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여성 봉사 회원들을 위한 갖가지 사업을 내놓았다. 회원들이 김치 담그기· 청소 등 몸으로 하는 봉사보다 ‘감성’이 깃든 활동을 통해 자부심을 갖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첫 번째 사업이 바로 ‘웃음치료사’ 교육이다.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여성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15주 동안 받는 교육엔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성회원들이 이 교육을 기점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강사로도 취업하길 바라는 마음에 한 회장은 이 일을 2013년 최고 역점사업으로 꼽았다.
일주일 내내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한 회장은 그 중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지난해 9월 창단한 여성단체협의회 합창단인 ‘레이디 싱어즈’ 멤버들과 입을 맞추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성 봉사 회원들도 변화하고 감성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들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한 회장이 창단을 서둘렀다. 단원은 40여 명. 시립합창단 이용환 씨와 피아노 장지영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 지도에 열성이다. 조만간 공연(무료)도 준비 중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LG배 전국여자야구대회에 참가한 30개 팀의 서포터즈로 활동한 일도 잊을 수 없다. 15개 여성단체가 2개 팀씩 맡아 매주 토요일, 일요일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통닭 등 간식을 제공하며 익산의 정(情)을 한껏 나누었다.
지난해엔 잠자고 있는 물건들을 기증 받아 바자회를 열어 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은 익산사랑장학재단에 기탁했다. 이밖에 협의회는 젊은 세대·이주여성 전통장류 담그기 교육, 딸기잼 만들어 수익금 기부 등 여성 특유의 섬세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큰 사업 땄다” 공주병에서 ‘일꾼’으로
중년 여성답지 않게 늘씬한 몸매에 단아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한 회장은 여성 회원들 사이에서 ‘새침 떼기’, ‘공주병’으로 불리었다. 그런데 회장을 맡고 부턴 ‘일꾼’으로 통한다. 회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 일대 사건은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사업비를 익산시로부터 확보한 것.
외유내강인 한 회장이 직접 기획한 ‘페스티벌’은 8090 콘서트, 익산 아줌마 퀸 뽑기, 에어로빅 댄스대회, 실버 패션쇼 등 다양하다.
페스티벌 예산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회원들은 “정말 큰 사업을 땄다. 이런 일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라며 한 회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한 회장은 “전국 1호 여성친화도시로서 주차장· 화장실 등 하드웨어만 갖추어졌을 뿐 사실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의 장(場)이 없다”면서 “어린아이와 어르신들이 모여 뭔가 느껴 보자는 생각에 사업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확정하진 안했지만 오는 9월께 중앙체육공원에서 이틀간 열 계획이다.
한 회장은 이처럼 열성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것은 임원 덕분이라고 했다. 협의회 김이숙 부회장과 서순애 총무, 정영미 재무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20년간 개근한 ‘대한어머니회 익산지회’
한 회장이 봉사활동에 뛰어든 것은 1992년. 대한어머니회 익산지회 창립 멤버다. 때문에 이 단체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매월 18일 열리는 회의에 20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다.
목욕봉사부터 독거노인 밑반찬, 불우시설 청소, 자연보호 캠페인, 김장 김치 담그기, 쌀 나눔, 장학금 전달, 불우이웃돕기 등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함께 달려 온 회원은 75명. 서로 챙겨주고, 금방 언니 동생 할 정도로 끈끈한 정으로 뭉친 유명한 여성단체다. 딸기 잼을 만들어 수익금 기부의 시초 단체이기도 하다. 한 회장은 “me(내)가 we(우리)가 된 단체”라고 대한어머니회 익산지회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여성 체육인 든든한 후원자 ‘체육회 부회장’
한 회장은 2008년부터 익산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체육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분야인 체육회에 몸 담은 한 회장은 4~5년간 체육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뭔가 여성체육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가 올 2월 일일호프를 열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지인들을 불러 모은 덕분(?)에 거금 1천만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 기금은 올 연말 체육인의 밤 행사 때 여성 엘리트 체육인들에게 3년간 장학금(용돈)으로 전달 할 계획이다.
#치과의사 부인․두 아이 엄마 ‘빵점’
치과의사인 박인성 씨(영등동 박인성 치과의원장) 사이에 성연(29)·선두(27) 두 자녀를 둔 한 회장은 가정에선 빵점 아내이자 엄마로 통한다. 사회활동에 전념하다보니 자연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항상 곁에서 열렬히 응원해준 게 가족이다. 다행히 두 자녀가 모두 잘 자라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연극․연출을 전공한 큰 딸 성연이는 대학 강단에 서고 있고, 아들 선두는 중앙대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이리제일교회 안수집사인 한 회장은 협의회 임기를 마치면 가정과 교회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봉사의 삶, 20년 한 길(同沿)을 걸어 온 지금 이대로의 삶도 행복하지만, 가족과 신앙이 함께하면 더더욱 행복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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