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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3월 20일 익산 남성고등학교 강당. 조용식 익산경찰서장이 강연을 하기 위해 강당에 들어서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주제는 ‘폭력 없는 학교에서 평생 함께 할 소중한 친구 만들자’였다. 다소 딱딱하고 식상한 강연일 수도 있었지만 2학년생 350여명은 강연 내내 진지했다.
현장 경험을 통한 생생한 강의에 학생들의 눈은 1시간 30분 동안 초롱초롱 빛났다. 학생들을 사로잡은 건 재미있는 강연도 강연이지만 무엇보다 영화배우 뺨치는 잘생긴 외모가 크게 한 몫 했다. 훤칠한 키에 오뚝한 코, 부리부리한 눈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넘쳐흘렀다. 여기에 어눌하면서도 진실한 말투는 학생들을 한 눈에 반하게 만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념촬영을 위해 서로 밀치며 난리법석이었다. 일일이 사진 촬영에 응하는 조 서장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장면 2
3월 14일 오전 11시 익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익산시민경찰 4기 회원들이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자장면’을 만들어 주는 뜻 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 초청된 조용식 서장은 앞치마를 두르고 자장면을 직접 날랐다. 장애인들은 경찰서장이 만들어 준 자장면 한 그릇을 받아들고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조 서장은 직접 면을 뽑아 그릇에 옮겨 담기도 했다. 금세 이마에 구슬땀을 흘렀다. 자장면 파티가 끝나자 조 서장은 시민경찰 소속 인화동 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설거지까지 도왔다.
여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모든 일정을 마친 익산시민경찰 회원들은 ‘브이’자를 그리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길 5분여.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지체된 조 서장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서야 다음 행사 장소로 향했다.
#어릴 적 추억 깃든 익산 ‘행복’
‘주민 정성 치안’을 선보인 조용식 익산경찰서장(52)이 19일 정든 익산을 떠났다. 서울청 정부종합청사 경비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31만 익산 시민들과 격의 없이 지낸지 1년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별이어서 익산시민들은 아쉬움이 섞인 눈빛이다.
1987년 경찰에 입문한 조 서장이 고향 전북(김제 봉남)에 내려 온 것은 2010년 1월. 무려 23년 만에 향수 어린 고향 들녘을 맛 본 셈이다.
부모님이 계시는 김제의 치안 책임자를 거쳐 고등학교 시절 4년간 생활했던 익산 서장에 취임한 것은 2011년 12월 22일.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익산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여서 반가움이 컸다. 한편으론 책임감이 밀물처럼 밀려오기도 했다.
조 서장은 취임 첫날부터 시민 곁으로 다가갔다. 가장 먼저 중점을 둔 것은 ‘학교폭력예방.’ 조 서장은 학교 현장을 찾아 직접 강연에 나섰다. 지난해 15개교에 이어 올해 3개교를 방문해 맞춤형 예방교육을 펼쳤다.
학부모 등 2천500여명이 참여한 가두캠페인을 시작으로 117일간 서명운동, 향토기업 하이트소주 신고전화 117 홍보문구 부착, 8개 기관단체와 상담지원 등 업무협약 체결, 원광대 캠퍼스 폴리스 발대, 사마귀유치원 홍보 공연 등 강행군을 벌였다.
그 결과 2011년 15건이던 학교 폭력이 지난해 3건으로 무려 12건이나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 서장은 다음으로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주민 정성 치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19회 걸친 ‘민생치안 주민간담회’를 개최했다. 신문고와 주민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민원은 신속히 처리하고 결과를 통보했다. 민원에 대해선 ‘불만제로 화’를 꾀한다는 게 조 서장의 철칙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익산시는 지난해 교통사고 1위 도시라는 오명을 벗었다. 2011년 한 해 교통사고로 무려 50명이 사망했으나, 지난해 44명으로 6명이 감소했다.
무엇보다 어릴 적 추억이 생생한 애정의 도시 익산을 범죄 없는 도시, 사건사고가 적은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조 서장은 “익산시민의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고, 교통사고 1위도시라는 불명예를 씻어 정말 보람이 컸다”고 회고했다.
#시민봉사단체·480여 경찰가족 ‘감사’
조 서장이 말하는 또 다른 보람은 익산경찰서 직원들의 내부만족도. 2011년 전 경찰관 내부 만족도 조사에서 도내 14등이었으나 조 서장이 취임 한 지난해 1등으로 올라섰다.
익산경찰서 480명 전 직원들이 자부심 갖고 근무하고 싶은 경찰서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 조 서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조 서장은 “전 직원이 일심동체가 돼 범죄예방에 노력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더군다나 음주사고 등 자체 사건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은데 대해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서장은 시민봉사단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자율방범대를 비롯해 시민경찰연합회, 녹색어머니회, 패트롤 맘 등 시민봉사단체가 있었기에 큰 사건사고 없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수 있게 됐다는 것.
사실 조 서장 임기 동안 선진국처럼 ‘민·경 협력치안’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육청을 비롯해 학부모들과 손을 잡았고, 민생치안을 위해 자율방범대 등 시민단체를 적극 지원했다.
“모든 협력단체가 협조한 덕분에 익산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익산시민들은 하나로 뭉치는 힘의 원천이 있다. 제1호 여성친화도시·안전의 도시답게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조 서장은 말했다.
#존경하는 부모님 곁 떠나 ‘죄송’
조 서장이 고향 전북에 내려와 머물던 기간은 4년. 객지 생활을 하다 30년 만에 밟은 고향땅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추억이 깃든 식당도 들러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존경하는 부모님을 매주 한차례 찾아뵐 수 있어 가장 행복했다. 김제시 봉남면 대송리에 사는 아버지 조성근 옹(87)과 어머니 백공순 옹(86)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마치 소년처럼 가슴이 뛰었다. 김제서장으로 취임한 것도 부모님을 한번이라도 더 뵙기 위해 자청한 것이다.
유학을 공부한 아버지 조성근 옹은 “항상 공직자는 청렴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겸손하게 대하고, 남에게 베풀고 살라”고 조 서장에게 일러주곤 했다.
조 서장은 “익산시민과 부모님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다.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떠나는 만큼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몸은 비록 떠나지만 마음과 사랑만은 고향땅에 묻고 가고 싶다”고 밝혔다.
/우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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