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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녀니'에 담긴 의미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3년 03월 18일(월)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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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현 익산문화원장

김복현 익산문화원장

친목 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한 교수님의 집을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역시 학문을 하는 분이라 책장에 책이 가득했다. 그런데 유난히 눈에 띠는 액자 하나를 발견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액자에는 잘 쓴 글씨도 아니고 우아한 글씨도 아닌 삐뚤삐뚤하고 투박한 그리고 유명한 사람이 남긴 명언도 아닌 ‘그러려니’라는 네 글자였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상이나 목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더욱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끝 자가 ‘니’ 여서 혹시 불교용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쓰던 ‘그러려니’라는 것을 알고는 잠시나마 내 생각이 이상해진 것에 대해 한순간 멍청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연을 들어보았다.
교수님의 어머니가 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매사 ‘그러려니’ 하면서 참고 이해하라는 당부를 입에 달고 사셨다는 것이었다.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비록 가진 것이 부족해도, 화나고 마음에 상처를 입더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글을 배우지 않으신 어머니여서 달력 뒷면에다 ‘그러려니’ 라는 글자를 한동안 익히게 한 후 그중에서 잘 된 글씨를 골라 액자에 담아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말로는 귀가 아프게 들어왔지만 진짜로 어머니의 유품을 한 점 남기고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해 후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유일한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액자를 어찌 가볍게 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잘 모셔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다보니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끔 액자를 본다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며 남을 때리는 것보다는 내가 맞는 것이 순간은 괴로울 지라도 발을 뻗고 잘 수 있음을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강조하였다. 무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혼자 괴로워하고 상처를 받을 때도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면 빨리 잊고 다시 노력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도 ‘그러려니’에 내포되어있다. 울화가 치밀어 한마디 해 붙이고 큰 소리 친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응어리로 남는다는 것을 우려한 의미 있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그러려니’다.
그렇다고 ‘그러려니’는 줏대 없는 자기 합리화나 대충 하라는 것과는 다르다. 어쩌면 오늘날 ‘그러려니’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형편이 어렵다고 도전하지 않으며 순응하고 기다리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손해를 보면서 나를 무시하는 데 왜 참고만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또 상대의 피해나 상처보다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소의 설득력은 있다.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속내를 들어 내지 않는 신세대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 ‘그러려니’는 고리타분한 유약한 말일까? ‘그러려니’는 무조건적인 관용도 아니고 인내도 아니며 굴종하는 표현도 아니다. 먼저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절제와 긍정의 가르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문화에 급한 성격과 가벼운 처신이 더 큰 화를 불러왔던 수많은 경우를 우리는 보아왔다. ‘그러려니’는 오판과 실수로 예견되는 이후의 후유증까지 배려한 어디까지나 선택적인 삶의 한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상대와의 다름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면 별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려니’는 핀잔의 대상이 아니라 순기능이 돋보이는 삶의 지혜라고 여겨진다. 요즈음 너나없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친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그러려니’에 담긴 긍정적인 말뜻과 함께 희망이 넘치는 익산의 봄 마중, 꽃 마중을 나서면서 희망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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