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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철 전북도의회 부의장
올겨울 추위는 가히 맹동(孟冬)의 수준이라 할 만큼 매서웠고 강설도 잦았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왜 이리 춥냐며 야속한 겨울을 탓하기에 바빴다. 꽃피는 춘삼월의 따스한 훈풍을 고대하는 마음도 클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입춘과 우수를 지나 경칩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야속한 겨울추위는 서서히 종적을 감추고 있고 봄기운이 곳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봄날이 찾아오고 있으니 겨울추위에 꽁꽁 감싸놓았던 인심도 넉넉하게 풀어헤치고 우리네 살림살이도 순풍에 돛단 듯 앞으로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기대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껴안고 죽을지언정 물러서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덤벼들었던 토지주택공사 유치가 수포로 돌아갔고 대안으로 건의한 후속대책도 마땅한 진전이 없다. 여기에 올 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실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도내 민심에 열패감이 만연하고 있다. 이쯤 되니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전라북도’라는 제하의 언론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민선5기 들어 주요 굵직한 현안에서 연패 행진을 보여주다 보니 그런 기사가 나올 법도 하고 과장도 아닌 듯싶다. 하지만 연패 행진의 씁쓸함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개별 현안의 좌초는 객관적인 팩트로서 도정의 발목을 잡는 일인 게 맞지만, 이에 대해서 도내 정관계와 민심 등 총체적인 여론이 고개를 떨구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앞으로의 희망까지 거세시켜 버리는 매우 위험한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실패 후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주변의 반응이 그렇다. 애초 승산이 없는 싸움에 정치적 노림수를 품고 뛰어든 무모한 도전이었다든지 언제 되는 게 있긴 했냐며 볼멘소리로 일관하는 등,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 일색이다. 이쯤 되면 비판이 아니라 자괴의 수준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실패를 두고 누군가의 실정과 과오를 탓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180만의 고향이자 울타리인 전라북도를 우리 스스로가 내리깎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 이제는 ‘실패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현실 때문에 우리 스스로 전북은 언제나 게임의 승자가 아닌 루저라는 열패감을 내재화시키고 있다.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할 실패를, 그리고 반면교사로 삼아 내일을 기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좌절을 우리 스스로 당연시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실패에 대한 비판은 생산적이지만 실패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위험천만하다. LH나 10구단 유치실패는 이제 잊자. 물리적으로 기억에서 지우자는 것이 아니다. 실패의 이유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정책개발 및 사업발굴에 있어서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되, 유치실패 자체가 애당초 우리의 몫이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망측한 생각은 집단의 기억에서 깨끗이 삭제시키자는 것이다. 최근 힐링(치유)이 대세다.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전라북도의 ‘실패의 트라우마’도 힐링이 필요하다. 당장 굵직한 국책사업 하나 성공적으로 가져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북의 집단적 뇌리 속에 착근(着根)되어 버린 ‘실패의 트라우마’에 힐링의 손길을 보내는 것, 그것만이 따뜻한 봄날을 맞아 전북의 내일은 물론 고도 익산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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