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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그리고 대보름날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3년 02월 18일(월)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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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시인·국악예술원 소리뫼 대표

김민수 시인·국악예술원 소리뫼 대표

유년의 설날은 명절 이상의 날이었다. 설날이 몇 밤 자야 오냐며 엄마를 졸라대며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다. 아버지는 마을에서 잡은 돼지고기를 종이로 싸들고 오시고, 어머니는 한과를 만들고 전 부치는 냄새가 진동하면 비로소 명절기분이 솟는다.
평소에 보지도 먹지도 못하던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고, 이때나 되어야 낡은 운동화를 새것으로 바꾸고 멋들어진 새 옷도 폼 나게 얻어 입을 수 있으니 목 빠지게 기다릴 만도 하다. 세배 돈으로 목돈 챙길 수 있는 절호의 날이기도 했다.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말에 잠을 자지 않고 집에는 훤하게 불을 밝혔었다. 추석이 풍요로운 어머니 같은 명절이라면 설날은 묵직하고 포근한 아버지같은 명절이다. 하지만 세월 탓인지 예전 같지 않은  덤덤한 명절이다. 부모가 안계시니 형제간 끈이 떨어진 셈이니 정감이 덜 한 명절이 되고, 해마다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친구들도 부모님들이 없으니 하나 둘 고향 발 길이 뜸해진다.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어린 시절 우리 마음의 설날은 지울 수 없다.
우리 세대는 몸이야 비록 뜬구름 고삐를 잡아매어 타고 다녀도 자신의 고향을 마음속 깊이 담고 있을 것이다. 올해도 설날을 주저 없이 보내고 나니 대보름날이 다가온다.
옛날에는 대보름날도 추석과 설날 못지않은 명절로 한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를 많이 하였다. 풍요를 기원하며 땅의 기운을 밟아준다는 지신밟기, 풍물놀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놀이가 있었다.
오곡밥을 정성스레 짓고 호박나물, 고사리나물, 시래기나물, 무나물 등 하얗게 만든 음식을 먹었는데 이것은 겨우내 부족했던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분을 보충해주기 위함이고 또한 두부를 먼저 먹으면 건강해지고 김을 먹으면 풍년이든다고 했다. 호두, 밤, 땅콩 등을 까먹으면 종기나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고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가세요” 하고 소리치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방패연, 수리미(가오리)연을 날리며 해지는 줄 모르고 어두워지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깡통 돌리기등을 하였고 옆 동네와 장대싸움을 하느라 작전도 짜고 역할도 나누며 친구들과 어울리던 때가 그립다. 우리 세대가 그런 전통을 잇는 마지막 세댕니 것 같다. 기억들조차 아련하고 지금은 놀이는커녕 아이들조차 보기 힘든 것이 고향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게 이만저만 아니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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