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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호원대 한국어학당 강사
받아쓰기로 자신의 국어 실력을 평가받던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자신 있게 구분하여 쓰지 못하고 망설이게 하는 것이 ‘ㅐ’와 ‘ㅔ’가 아닐까 한다. ‘ㅐ’와 ‘ㅔ’는 분명한 발음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같은 소리로 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평소에 자주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체’, ‘채’, ‘째’에 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가). 그는 그녀가 우는 체/채만 해도 어쩔 줄을 모른다. 모른다고 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채/체했다.
나). 얼마나 피곤한지 교복을 입은 채/체로 잠들어 있었다. 차에 열쇠를 꽂아둔 채/째 문을 잠그고 말았다.
다). 그동안 한푼 두푼 모아 놓은 저금통을 누가 통째/통채로 들고 가 버렸다. 이 사과는 껍질채/껍질째 먹어도 되니까 깎지 마세요. 어떻게 쓰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 나), 다)에 쓰인 ‘체’, ‘채’, ‘째’가 각기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가)의 문장에서는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고 나)의 문장에서는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면서’의 뜻으로 쓰였다. 다) 문장에서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말로 쓰였다. 가)의 경우는 ‘척하다’로 바꾸어 써도 의미의 변화가 없는데 ‘-ㄴ/은/는’ 다음에 쓰여 앞말이 뜻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거짓으로 꾸미는 태도가 있음을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체’를 써야 한다. ‘체’는 언제나 ‘하다’와 함께 쓰여 ‘체하다’의 형태로 사용된다. ‘체’는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라는 규정에 따라 ‘척’과 함께 모두 표준어로 인정되었다.(표준어 규정 제3장 제5절 제26항 참고) 나)의 경우와 같이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의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채’로 써야 한다. ‘채’는 주로 ‘-은/는 채(로)’의 형태로 쓰인다. 나)의 의미와는 달리 ‘채’는 집을 세는 단위, 가공하지 않은 인삼 100근을 단위로 하여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또한 ‘못 되다, 안 되다’와 함께 쓰여 수치나 기준에 어느 정도 부족함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이와 같이 소리는 같으면서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말을 ‘동음이의어’라고 한다. 다)의 ‘째’는 일부 명사와 결합하여 ‘통째’, ‘병째’, ‘그릇째’. ‘뿌리째’, ‘주전자째’ 등과 같은 형태로 쓰인다. 또한 ‘째’는 ‘첫째, 세 번째, 네 잔째’와 같이 수사 또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차례나 등급의 뜻을 더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고 ‘이틀째, 삼 개월째, 오 년째’와 같이 기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계속되는 동안의 뜻을 더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다음 예를 보며 ‘체’, ‘채’, ‘째’의 쓰임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스스로 진단해 보자.
이제 그녀의 잘난 체/채하는 모습을 안 봐도 되니 살 것 같다. 재산을 송두리째/채 빼앗기고 고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거기까지는 한 시간이 채/체 안 되는 거리이다. 몇 개 먹어 보라고 했더니 귤을 바구니채/째 가져 갔네요. 너무 피곤해서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체 잠이 들었어요. 정답은 ‘잘난 체, 송두리째, 채 안 되는, 바구니째, 못한 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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