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원광대학교 영어교육과교수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 어제가 별 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다른 날이 아니어서 매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새 기운과 염원을 가득 담은 해는 더 찬란하게 감동과 함께 떠오른다. 계사년(癸巳年)새해가 밝았다. 임진년(壬辰年)흑용의 해인 지난해에는 나라일이 대선 소용돌이 속에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일반국민들도 편 가르기를 하여 서로 헐뜯었다. 한 표를 행사하는 입장에서 누구나 관심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결론이 나 있다. 한쪽은 승리감에, 다른 한쪽은 패배감에 젖은 채 세상은 어떻든 조용해졌다. 새 대통령은 갈린 국민을 하나로 대통합하며 대화합의 시대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간지(干支)로 지난해는 상상속의 동물인 용의 해였지만 올해는 실존의 동물인 뱀의 해이다. 사람들은 뱀이 무섭고 징그럽다며 멀리하지만 한편으로는 영물(靈物)로 숭배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어렸을 적에 뱀을 많이 무서워했다. 징그럽기도 했지만 금세 달려들기라도 할까 봐 얼씬도 하지 못했다. 사는 곳이 시골에서 도시로 바뀐 후로는 뱀을 보는 것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TV를 통해서나 또는 가끔이지만 산야를 다니다가 풀 속의 뱀을 만나기도 한 적이 있다. 기독교 성경에서는 뱀을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게 한 간교한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도 흔히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며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고 하셨다. 뱀의 지혜란 자신의 천적 앞에서는 절대 나대지 않고 바짝 엎드려 때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뱀의 자세를 배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불교에서도 관자재보살을 뱀 신이라 하여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은 밝혀주고 가르쳐서 올바로 살게 하도록 해줌은 물론 일체의 병으로부터 광명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 성경에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게 한 간교한 뱀을 왜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온순 하라’며 지혜의 등불로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계사년은 풍부한 식견과 혜안으로 번영된 미래를 열어가는 해가 아닌가 한다. 뱀은 곧게 폈을 때 양극단을 지닌 선분이지만, 꼬리를 물면 둥근 원이 된다. 윤회와 영생, 풍요를 상징한다. 뱀 꿈이 길몽으로 해몽되는 배경이다. 많은 뱀을 보면 일이 잘 되고, 만지면 부자가 되며, 치마 속으로 들어오면 잉태하고, 구렁이에 물리는 꿈을 꾸면 큰 인물이 될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뱀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잘 알고, 그런 편안한 자리에서 똬리를 튼다. 흑 계사년에는 길을 잃고 도탄에 빠진 서민들을 건져내며 방향을 제시 해 줄 현자의 출현이 있을 것 같다. 남북분단과 보수개혁양단의 진영간 대치와 반목의 상황을 풀고 대통합·대화합의 길로 이끄는 힘이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2012년을 돌이켜보면 누구나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막연하게 쫓았던 용꿈이 헛된 욕심이었다고 생각되면, 2013년에는 실존하는 뱀에게서 지혜를 배워보자,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벗는 뱀처럼 새해엔 낡은 것, 잘못된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나는 그 동안 무슨 생각에 똬리를 틀고 살아 왔는지 차분하고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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