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상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강사
'나는 누구인가?' '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이런 식의 물음을 스스로 제기하고 답을 찾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의 완성을 위한 것이다. 詩人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詩人은 “언제나 더 나은 현실과 더욱 바람직한 자아를 지향하면서 그것을 詩로 드러내는 것은 주된 사명으로 삼고 이 과정에서 현재 자신의 모습, 즉 자아상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는다.”라고 했다. 詩人 김경주도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했던 흔적이 보인다.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외로움, 어머니, 삶, 영혼, 밤, 아버지, 바람 등의 자아에 관련된 단어들의 조합이다. 특히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은 詩人의 숨겨놓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詩人은 끊임없이 생각나는 어머니의 흔적과 자신에 대한 물음에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되새겨 본다. 詩人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신이 詩를 쓸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들이 詩人이 되었다고 자궁의 3분의 1만 남겨달라는 어머니의 울음을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 표현하고 있다. 그 중<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에서 암 투병중인 어머니에 대한 詩人의 마음이 드러난다.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를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켜 불나니
-김경주의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중에서
고향을 찾은 詩人은 빨래를 널다 어머니의 속옷을 발견한다. 촌스럽고 상점에서는 품절 처리되어 생계용 리어카에서만 볼 수 있는 꽃무늬 팬티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에서 나타나듯이 꽃무늬 팬티는 점차 병들어가는 자신을 모습을 감추며 아직도 여자임을 알리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이다. 수십 번 빨아도 씻어지지 않는, 햇볕에 말려도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의 냄새가 진동하는 꽃무늬 팬티는 詩人에게 남은 유일한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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