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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그마한 시골마을인 익산시 용안면 송산리 초입에 제법 규모가 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인 (주)싱그린푸드시스템.
널따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제일 먼저 아주 이색적인 조각품이 반겨준다. 두 마리 닭이 서로 마주보는 대형 돌조각상이 이곳이 닭 가공업체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톱니 모양의 붉은 색을 띤 닭 벼슬은 친근하고 앙증맞다.
하얀 가운을 입고 분주히 오고가는 직원들은 저마다 생기가 넘쳐난다. 서툰 한국말로 인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다정다감하다. 간혹 보이는 이주여성들도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반갑게 맞이한다.
온 세상이 새하얀 눈옷으로 갈아입은 순백의 광장을 지나 사무실에 들어서니 김준형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무언가를 놓고 한창 논의 중이다. 김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엔 힘이 실려 있고, 눈빛은 자신감에 차있다. 올해 칠순을 맞은 경영인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일 무역의 날에 ‘1천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주인공이 바로 김 대표다.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은 김호동 공장장은 축하 인사를 받느라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다. 4년 연속 수출의 탑(100만, 300만, 500만)을 수상한 김 대표를 10일 아침 일찍 만났다.
#1천명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력소
김준형 대표가 선장을 맡고 있는 (주)싱그린푸드시스템호(號)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베트남, 홍콩 등 해외시장에 총 1천만 불 규모의 닭고기 상품을 수출했다.
말이 1천만 불이지 컨테이너로 무려 380개 선적 물량이다. 컨테이너 하나에 성계(산란 닭) 1만 6천수만 잡아도 대략 600여 만수다. 도내 연간 산란 닭 생산수가 150만수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 물량을 거의 전부 소화한 셈이다. 한 농가당 3만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200농가가 수출전선에 뛰어든 것.
한 농가에 3명씩만 계산해도 600명, 상하차 운송요원과 직원 180명을 합치면 1년에 1천 명 가량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지역경제 효자기업이다.
김 대표는 “농축산물 1천만 불 수출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공산품으로 환산하면 1억불 이상 가치가 있는 쾌거”라며 “FTA 체결로 들어오는 것에 겁내지 말고 역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농민 잘사는 지름길은 해외시장 개척
김 대표가 싱그린푸드시스템을 창업한 것은 2002년. 김 대표는 창업과 동시에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렸다. 올해로 꼬박 11년째 수출전선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국내 유일 닭고기 수출업체인 김 대표가 해외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수출이 곧 농민이 사는 지름길’이라고 여기기 때문.
김 대표는 농민들이 병아리를 입식하기 위해 성계(산란 닭)를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6년 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첫 공략 대상은 베트남. 인구 9천만 명인 베트남은 닭고기 소비량이 엄청 큰 나라다.
베트남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맛과 품질이 좋아 한국의 하림만큼 소비자들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값도 덩달아 상승해 마진율도 만만치 않았다. 이익은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갔다. 처치 곤란한 성계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농가에 막대한 이익을 안긴 셈이다.
김 대표는 “농민에게 보조가 아니라 자급력을 키워줘 해외에 어떻게 내 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농산물 수출은 농가에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부의 정책 차원에서 수립할 단계”라고 밝혔다.
#‘인삼 먹인 토종닭’ 수출 길 활짝
우리나라 닭고기 수출 선구자인 김 대표는 닭고기 수출만으로는 더 이상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해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백숙과 곰탕, 볶음 탕을 포장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최초 종합육가공업체로 도약의 나래를 활짝 펼친 것.
김 대표가 들고 나온 것은 ‘인삼 먹인 토종닭.’ 베트남인들이 한국 인삼을 좋아 한다는 것을 착안해 특허까지 출원했다. 처음에 “정말 인삼이 들어있냐”고 반신반의 했지만, 사포닌 성분이 함유됐다는 한국축산기술연구소의 보증서를 붙여 시장에 내놓으니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국 호텔과 식당, 슈퍼, 대형마트에 공급되고 있다.
김 대표는 토종닭의 좀 더 안정적 수출을 위해 ‘익산 한 닭 수출단지’를 만들었다. 기업과 농민, 생산단체, 연구단체를 잇는 기업을 조성한 것. ‘농공상 융합형 기업’으로 농수산식품부 지정도 받았다.
김 대표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원하는 육질로 키우려고 하니 생산단가가 맞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손해보고 출하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높아진 생산비용을 보상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50호점 개설 눈앞
김 대표는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베트남에 개설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대박’을 터뜨리며 계약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 베트남 다낭에 1,2호점을 개설한데 이어 오는 12월 20일 3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한국 인삼 넣은 백숙·닭곰탕·볶음 탕을 베트남 식으로 요리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독특한 방식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가맹점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 토종닭’ 붐이 일고 있는 것.
김 대표는 내년 3월까지 50호점 개설을 목표로 뛰고 있다. 대도시인 호치민 등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김 대표는 “성계에 이어 육계도 수출 길을 활짝 열은 셈이다. 가맹점이 50호로 늘어나면 아마 2천만 불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국내 판매도 점차 늘려 맛좋고 질 좋은 닭고기를 국민 모두에게 공급 하겠다”고 내년도 포부를 밝혔다. /우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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