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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현 익산문화원장
가을의 한복판을 지나 이제는 2012년의 가을이라는 계절과 이별을 해야 할 시점에 서서 무정하게 우리 곁을 떠나가는 세월을 음미해 본다. 어느새 국화꽃이 만발하여 그 향기 그윽함을 느끼려하는 참에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국화는 봄부터 여름 내내 그리고 초가을 동안 자라서 이제 무서리와 같이 피어나니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멀고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멋진 꽃'임에 분명하다. 천년고도 익산에서 피어난 국화는 역시 고도의 위풍을 닮아서인지 더 탐스러우며 풍성하기도 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날들을 국화향기와 함께하면서 혹시나 잘못된 일들은 향기와 같이 날려버리고 희망만을 생각하는 꿈을 꾸기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모두가 같이 꼭 넘어야 할 운명의 큰 산이 가로 막혀 있다. 이 산에는 나무도 많고, 무성한 숲과 험난한 절벽도 있고, 무서운 산 짐승들도 있다. 그러니 그 산을 보고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말들을 만들어내면서 혼란을 불러일으키니 귀가 시끄럽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그 산이 바로 대통령 선거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후보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될 듯하다. 유토피아는 500년 전 ‘토머스 모어’가 한 어부로부터 들었다는 섬나라 이야기를 소설로 쓴 작품이다. 그 내용은 유토피아에는 가난이 없고, 하루 일하는 시간도 6시간 정도이고, 군대도 없으며, 전쟁도 없는 곳으로 표현되고 있다. 금, 은, 보석도 장난감에 불과하고 재산과 물건이 공동 소유로 풍족하게 나눠 쓸 수 있는 무상복지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이런 꿈같은 곳을 유토피아(Utopia)라고 한다. 유토피아는 그리스말로 우(Ou는 없다)와 토포스(Topos는 장소)를 합친 ‘존재하지 않는 땅’이라는 의미이다.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땅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유토피아가 되어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실천 불가능한 말들이 난무한다. 너무도 자주 들어왔던 무상복지, 경제 민주화, 전면 무상급식, 사회통합, 등록금 할인, 일자리 창출 등 지상천국을 만들려고 한다. 한마디로 유토피아 공약이다. 그러나 언행일치와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말은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뢰와 행동보다 말만 요란스러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당한 이후 북한의 공격에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말에 이제 안보 하나는 제대로 돌아가리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북한병사의 노크소리에 문을 열었다는 최전방 초소와 뻥 뚫린 철책 선은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말로만 하는 소리는 이렇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교훈이다. 러시아 속담에 ‘혀는 머리가 모르는 것을 지껄인다’는 말이 있는데 혀로 말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있다. 심지어 모 후보는 군복무시절이 ‘인생의 공백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과연 그 말을 믿어도 될까? 우리의 상황은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지금 철책선이 뻥 뚫리는 판에 군복무기간을 놓고 말하는 것은 유토피아의 군대 없는 나라의 꿈을 그려보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지금 우리는 말만 무성하게 난무하는 공상소설 같은 유토피아의 허상에 감싸여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유토피아 같은 땅이 아닌 국화꽃이 피어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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