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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익산시장
일본에서는 장관으로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말 한마디로 일부는 자숙에 들어가고, 일부는 사임한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오바마처럼 탁월한 말솜씨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다.
이를 두고 이어령은 “언력(言力) 쓰나미가 밀려온다”고 하고, ‘언력(言力)’을 군사력과 경제력에 이은 ‘제3의 파워’라 하였다.
도대체 말이 뭐길래? 말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말들이 오간다.
그만큼 말은 우리의 생활에 중요하기 때문에 말과 관련된 명언이나 속담, 격언들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온다’,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말이 말을 만든다’ 등등
말의 힘은 강력하여 특히 말한 이의 지위나 역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기도 한다.
그 좋은 예는 고려시대 서희장군이 외교담판으로 강동6주를 획득한 것이다. 993년 거란장수 소손녕은 고려의 북진정책과 친송 외교를 핑계로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한다. 소손녕은 봉산군을 함락시킨 후 고려에게 항복하라는 위협을 계속했다. 그러나 오히려 서희는 신라 땅을 운운하며 실지 회복을 주장하는 소손녕에게 고구려 고토를 예로 들며 그의 말문을 막게 했을 뿐만 아니라 압록강 동쪽의 강동 6주를 도리어 우리 땅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말과 표현으로 국가의 안위를 흔들고 자기 생명까지 잃은 경우도 있다. 신라 장군 석우로는 많은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 국가에 공이 큰 석우로로 하여금 일본 사신 갈나고를 대접하게 하였는데,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아 기분이 좋아진 석우로는 상황을 잊은 채 마음 놓고 “당신 나라의 왕을 소금 만드는 노예로 삼고, 왕비는 밥 짓는 하녀로 만들겠다”고말을 막하게 되었다. 이 말을 사신 갈나고로부터 전해들은 일본왕은 화가 나서 전쟁을 일으켜 쳐들어와 석우로를 장작불 위에 태워 죽였다.
서희 장군이 될 것인가, 석우로 장군이 될 것인가?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 조용히 헤아려볼 때가 있습니다 /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
맑고 고운 시어로 말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이해인 수녀 시인의 ‘말을 위한 기도’란 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과연 좋은 열매를 맺는 흥하는 말을 하는지, 아님 나쁜 열매를 맺는 망하는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어제 뿌린 말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우리 입에서 태어날 수 없이 많은 말들이 복 짓는 씨가 되어 우리 사회 안에서 긍정의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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