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수 익산시장
스타벅스 대신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멋진 소비자,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여 지구를 사랑하고 지역 농민들도 돕는 아름다운 소비자. 소비의 트렌드가 합리에서 윤리로 이동하고 있다. 편리함이나 감각적인 것보다는 소비를 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판매자들을 고려하는 일명 ‘착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착한 소비는 실속과 개념 가득 차 ‘짜고 짜다’는 간장녀가 찾는 커피전문점이나 매주 배달 오는 로컬푸드 꾸러미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운 곳,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나온 주부들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을 뒤로 하고 중소상인을 살리는 전통시장 장보기가 바로 공정무역과 로컬푸드 운동에 버금가는 ‘착한소비’가 아니겠는가. 대형마트와 달리 물건값을 흥정하며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는 ‘깐깐함’과 지역경제의 말초신경인 시장의 중소상인, 우리의 이웃이 잘되기를 바라는 ‘개념’으로 가득찬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우리 주부들이 바로 원조 간장녀, 생활 속 착한 소비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네 시장에는 이러한 착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시장상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이후 우리시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15~20%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서서히 피어오르는 '착한' 소비의 바람을 잘 살려 우리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중소상인도 살아나고,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착한 일을 할 때 혼자 하려면 쑥스러워 망설여지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하기가 쉽다. 대형마트에 익숙해져 시장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여럿이 함께 장을 보는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가. 아파트 부녀회도 좋고 로타리클럽, 종교단체 부인회 등 관내의 단체들과 각종 부녀회 등에서 앞장서 흐름을 만들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판매자가 착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착한 판매라는 믿음 하에 소비자들은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착한 판매는 좋은 물건을 갖춘 것 뿐만 아니라 시장은 더 많은 볼거리와 특색으로 변화해 줄 것이라는 믿음일 것이다. 소비자가 지금 당장의 불편을 뒤로 하고 전통시장을 발걸음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그리 실제로 이런 믿음을 실현시켜 성공한 시장이 있다. 청와대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5천 원으로 도시락쿠폰을 사서 시장에서 쿠폰으로 계란말이, 동그랑땡 등 반찬을 담아가는 일명 시장통 뷔페로 유명하다. 재래시장의 값싸고 맛난 아이디어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 통인시장은 주민들은 물론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통인시장의 성공은 내 가게, 내 물건만 팔 것만 생각하기 보다는 시장 전체가 상생하고자 상인들이 스스로 찾아낸 아이디어를 서로 힘을 합쳐 실행에 옮긴 덕분이다. 내 가게를 넘어서나 우리 시장이 잘 되기를 바라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한다는 각오로 상인들 스스로가 돕는다면 주변의 도움도 넘쳐날 것이다. 착한 소비자가 다시 오고 싶은 착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이제 마음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봐야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