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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상 원광대 문예창작과 강사
몇 년 전 ‘한지 발’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다. 전통 한지 산업의 중심지 전주. 전주 한지는 오랜 세월 그 맥을 이어오며 지금도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통 ‘한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를 만드는 도구나 과정,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없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한지 발장 무형문화재 31호(전라북도) 유배근 선생에 의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 ‘한지 발’을 보존하고 그 맥을 이을 전수관 하나 없는 실정이었다. ‘전통’이라는 큰 틀 안에 내재돼 있는 소소한 전통문화의 가치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전통문화를 문화산업의 경제적 원리에 입각해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현재의 모습을 ‘한지 발’이라는 보존과 전승 그리고 정신이라는 맥락들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했다. ‘한지 발’을 그저 ‘한지로 만든 그늘을 가리는 가리개’라고만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나라에서 발생해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문화인 전통문화는 고유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삶의 질 향상의 도구로 국가 발전의 핵심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전통문화는 석굴암, 불국사, 경주역사지구, 종묘제례, 판소리, 남사당, 훈민정음 등이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또한 막걸리, 김치, 한옥, 한지, 한글 등에서 건강성과 과학성이 깃든 전통 생활 문화가 재발견됨으로 이를 이용한 한옥체험, 한국어배우기, 한글 패션, 한식 체험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한글, 한옥, 한복, 한지, 한식, 한국음악 등의 경제력과 경쟁력을 우선한 개발이 다른 전통문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 문화 경쟁에서 선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있어 보인다. 하나의 전통문화가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과정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유형 문화만이 관심의 대상이다. 다시 말해 완성되어 가는 과정과 기술보다 완성된 전통문화를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사장(死藏)되는 전통문화가 많을 것이다. 익산최초의 교회이자 3·1운동의 진원지 ‘남전교회’, 전국에서 유명했던 5일장 ‘익산 북부시장’, 지게 진 나무꾼들이 부르던 ‘익산목발노래’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보석, 백제문화 등 익산역사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향토문화와 관련된 각종 지식자원을 조사·수집해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아카이브 작업을 바탕으로 세분화되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 개발이 21세기 문화 전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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