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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하 시조시인·평론가·한국문인협회 고문
인연이야기
그 넷째 · 아프리카의 눈 / 1990년 여름 - 장순하
그것은 왕매미 쓰르라미 소리 쏟아지는 여름 저녁나절이었다.
이제는 이름조차 아물아물하는 두 문학청년과 어울려 익산(益山)에서
선화공주 묘라고 전해지는 무덤을 찾아 모주 한 잔 붓고 돌아오던 길에,
벼이삭 패는 논 물꼬에서 두세 마리 물고기가 게으른 헤엄을 치는 것을 보았다.
그들도 흰자위 검은 동자로 우리를 흘끗 흘겨보았다.
그것은 겨울 바람 매서운 아프리카 남단이었다.
대서양 푸른 물결이 케이프 만 모랫벌에 허옇게 부서지는데,
손발이 얼어붙는 테이블 산 정상 바위틈에는 진주황빛 알로에 꽃이 만발해 있는데,
그 곁에서 한 흑인이 흰자위 검은 동자로 우리를 흘겨보고 있었다.
그것은 30여 년 전 익산의 벼논 물꼬에서 본 그 물고기의 눈이었다.
이번 주는 사설시조를 등재합니다 / 장 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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