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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단가는 길’은 소설가 윤흥길의 연작소설 제목이다. 그리고 그 길은 요즈음나의 아침산책길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산책길을 찾아 나선 길목에는 번화한 도심 속에 작은 산골마을이 숨겨져 있었다. 그 길을 발견한 첫 날은 놀라움이었다. 고층 아파트와 빌딩 상가, 자동차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로를 건너서 언덕배기로 오르는 순간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의 고향땅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산길에 오르는 좁은 골목에는 탱자나무 울타리에 텃밭이 딸린 집들이 있었고 동구 밖에는 커다란 오동나무 두 그루가 정자나무로 서있었다. 그 정경을 바라보면서 낯설지만 눈에 익은 백일몽의 세계 속에 별안간 불시착한 느낌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그 길에 바로 익숙해져 정겨운 산책길이 됐다. 텃밭에서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채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길가의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걷노라면 어느새 울창한 송림에 들어서게 된다. 소나무가 우거진 이 소라단은 원래 이름이 송전내(松田內)였다. 우리말로 부르면 ‘솔밭안’인데 발음의 변이과정에서 소라단이 됐다.
윤흥길 작가는 6·25때 학살의 장소가 되었던 소라단을 기억하며, 환갑이 다된 초등학교 동창들과 모교 교정에 모여 6·25전쟁 그 시기의 참담했던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 연작으로 풀어낸다. 모깃불을 가운데 놓고 둥그렇게 둘러 앉아 수건돌리기라도 하는 듯, 어린 시절 6·25 전쟁 그 시기의 이야기를 반추한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마을 풍경, 어수선한 마을 인심, 이산가족, 군인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포성, 총성, 상이군인 등 6·25 전쟁 당시 모습을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이 그려낸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황해도 사리원에서 남쪽으로 피난 오다가 가족들을 잃고 고아가 된 한 소년은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우연히 소라단 숲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6·25때 대학살의 장소였기 때문에 무덤 속에서 원귀라도 나타날 까봐 사람들이 근접하지 않는 산이었지만 소년은 숲속에 들어선 순간 환호성을 지른다. “사리원 우리 고향 뒤쪽에도 요거랑 똑같은 산이 있어.” 소년은 소라단 숲 속에서 고향 사리원 숲속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암녹색 나뭇가지들이 힘을 합하여 떠받치고 있는 푸른 하늘엔 엄마, 아빠 얼굴이 떠다닌다고 하며 전쟁고아로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강팍한 소년의 얼굴이 부모님을 만나 어리광부리고 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이처럼 소년의 회상을 통하여 전북 익산 땅의 소라단은 황해도 사리원 숲까지 연결된다. 숲을 통하여 통일의 소망을 이야기 한다. 소라단 숲속으로 들어서면 번호가 붙어있는 비목이 지키고 있는 무덤들이 눈에 띤다. 그 무덤들은 전쟁이 끝날 무렵 학살의 장소가 되었던 그 당시의 상흔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무덤가엔 씀바귀 꽃과 찔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아픈 흔적을 이겨내고 초연한 모습으로 비감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달 오월 초순이었던가, 아카시 꽃이 향기를 품어내던 소라단 산책길에서 만난 노 수녀님의 뒷짐 진 손에는 아카시 꽃 한 송이가 묵주대신 들려있었다. 소라단을 산책하는 노수녀님의 마음엔 오로지 평화에의 기도만이 감돌고 있겠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만이 깃들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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