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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국악예술단 소리뫼 대표·시인
나는 한량이다. 말이 한량이지 나는 스스로 잡놈이라고 여기며 산다. 시 쓰고 서예하고 꽹가리치고 시조 읊고 장구치고 소리하고 사진 찍고 열 재주 있는 자가 배고프다고 했던가. 열심히 돈 벌어야 할 판에 돈 버는 재주는 없고 즐기는 재주뿐이니 그나마 마누라 덕에 나하고 싶은 것 하고 사는 팔자다. 개나리 보쌈 하나 메고 전국을 유랑하는 모습이 딱 이다. 내가 오늘날 어쭙잖은 문화예술인이라고 활보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고등학교부터 습작하던 노트와 35년 전 일기장을 보관 하고 있는 것이 문학인이 되고자했던 발판이라고 굳이 이유를 달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어른들이 풍장을 치면서 동네를 돌면 그 소리가 그렇게 웅장하고 멋있게 들렸고 아버지는 취중에 걸판지게 창을 하셨으며 상여 나갈 때면 선소리를 자주하시던 끼를 받아 예술인이 되었나보다. 고등학교 때 취미로 배운 기타가 졸업하고 밤무대에서 음악을 하게 되는 것이 나의 예술인생의 첫걸음이었다. 시인으로서 몇 권을 시집을 출간하면서 지인들이 생뚱맞은 내 일상에 놀라고 문화재선생님을 모시면서 국악의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이제는 온가족이 국악을 하고 있다. 큰아이는 대학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는 예술고에서 거문고, 시조 , 경기민요를 하고 있으며 늦둥이 초등학교 4학년 아이는 남도민요와 판소리를 하고 있다. 아내는 온 가족 뒷바라지 하다가 국악에 취해 시조를 배웠고 요즘은 민요, 무용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온 식구가 한길을 향해 가는 일은 관심사가 공유하니 소통이 되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 온 식구가 매진하는 것이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분간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가족들이 무대에 함께 서고 동행하는 이름뿐인 국악가족이 아닌 명실상부한 국악가족으로 만들 생각이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고 갖추는 길은 겨를이 없다고 했던가. 하나를 배우면 또 한 가지가 갖추어야 하고 또 하나를 배우면 또 하나가 필요하고, 내가 문화예술에 발 디딘 후로 나를 지도해주시고 다듬어주신 선생님 9명이나 되신다. 그 가르침의 부응에는 너무나 미흡함을 안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은 산더미지만 이정도 라도 내게 주어진 능력과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불광불성(不狂不成).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라는 말이다. 문화예술에 풍덩 빠진 어느 날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좋아해야 할 성어이다. 모든 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문화예술에 임하는 사람의 마음은 배우고 익힌다는 자세로 매진해야지 남의 권유나 억지춘향식의 배움은 오히려 일생의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진정한 예술인이라면 자신의 재능과 기량을 남들이 인정해주면 그것이 힘이고 존재이유일 것이다. 필자는 무엇을 배우고자 오는 사람들에게 절대 권유하고 요구하지 않는다. 어떠한 일이라도 마음이 앞서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고 공짜로 알려준다 해도 안하는 사람은 안하고 큰돈을 주고라도 뜻이 있다면 기어이 배우고 마는 사람이 있다. 요즘 오래전에 배우다 선생님이 작고하시는 바람에 멈췄던 판소리를 다시 배우느라 정신없으니 할일이 한 가지 늘어난 셈이다. 예술은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예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직은 어설프고 부족한 것을 대중 앞에서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나와 재능까지 분신인 우리 가족의 마음과 몸짓이 대중매체에 전달될 때 더욱 진한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한량이 되기를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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