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시인·소리뫼 대표
며칠 전 들른 북부시장은 새벽에 뜯어온 품성귀 파는 할머니부터 여름에 손볼 강아지 한 마리 사러 오는 할아버지의 발걸음 들이 편하게 만나는 곳에 이맘때면 꽃과 나무들이 새 둥지를 찾기 위해 길가에서 서성이고 있는 모습이다. 갖가지 나무가 활기차고 싱그럽다. 뿌리째 들려와서 맨발로선 묘목을 파는 것을 보고 사람은 봄이 오면 가슴으로 느낀다지만 저 나무들은 우리보다 먼저 몸소 체험하는 것들의 실체가 아닌가 싶다. 때는 바야흐로 꽃이 피는 봄이 도래하였다. 그 꽃들로 하여금 우리들은 지난겨울에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 수 있는 심호흡을 더욱 밝게 하는 것이다. 지천에 헤아릴 수 없는 나무와 꽃이 있고 저마다 세상에 할 일한가지씩은 있다. 봄꽃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런 꽃들을 보고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가 꽃을 피우기 위해 봄이 온 것이 아니라 봄이 와서 꽃이 피웠을 뿐이었을 게다. 정치의 계절, 말도 많고 기대도 되던 선거일이 도착 하였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앙금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지친마음 적시기라도 하듯 엉거주춤 꽃나무를 향해 봄비가 내리는 사이 벚꽃은 화려한날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고 들녘은 힘주어 파릇하다. 정치 꽃놀이패를 보고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총선거를 치렀다. 생각건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풍성하게 휩쓸고 지나간 총선이었다. 여, 야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 엄격하게 물고 늘어진 선거였다는 뜻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포지티브 전략은 가려지고 네거티브 전략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연말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샅바 싸움이요 전초전이기에 더 치열했을 법도 하다. 대선의 풍향계라는 의미와 대선을 준비하는 각 당이 우리나라의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변화시키겠다는 대안과 포부를 정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국민에게는 정치지형을 평가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기대는 무너졌다. 각 당 각 후보들의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과연 그 정책을 제시한쪽이나 받아들이는 쪽에서 신뢰를 의심하지 않을 수없는 것이다. 현실성 떨어진 장밋빛 선심공약, 일단 표구하기에 급급한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국민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2년에 한번은 격어야 선거 올해는 4월의 기억이 가실쯤 겨울이면 대통령선거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야 하니 국민의 선거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겠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치단체장선거든 총선이건 대선이건 간에 '국민'을 내걸지 않은 후보와 정당이 없었다는 것, 그 '국민'은 종종 선거판의 허사(虛辭)이고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허다한 후보와 정치세력들이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로 자기 이권과 이득을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를 벌여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지역 익산에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혈전을 펼친 끝에 이춘석, 정진희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 시켰다. 정치적인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변심도 선택에도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정치를 잘못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는 전달한 선거였다. 시민에 의한 지역을 위한 당선자에게는 기대에 부응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시민을 위한 공약과 약속 그리고 능력을 바탕으로 당선되었고 당선시켜주었다고 위안을 해보자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눈여겨보다가 다음에 평가를 하면 된다. 당연히 당선된 쪽에서는 축하 할일이고 낙선된 쪽에서는 참담하고 슬픈 상황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한일도 아니고 자신들이 나서서 처한 입장이니 모든 것을 자신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여지가 없다. 익산만 보아도 9명의 주자 중에 2명 빼고는 쓴잔을 맛보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들의 지지한 기쁜 사람보다 실의에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나 금배지라고 한다. 요행이도 단박에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배지를 위해 오매불망 평생을 바치거나 일가친척 가산까지 탕진하는 사례도 많으니 좋기는 좋은 자리인가 보다. 그만큼 국회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해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일단 승자에게 축하를 해주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패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승자는 임기동안 명예로운 이름이 살아 돌아다닐 것이다. 하지만 패자들은 상처를 안고 이내 기억에서 지워진다. 그것이 섭리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같이 울던 일장춘몽 봄날은 언젠가는 가기 마련이다. 길가에 제자리에서 열심히 역할을 하고 있는 수많은 나무와 꽃을 보라 아무리 비가와도 바람 불어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자태를 관조하며 힘들더라도 울지 말고 나무와 꽃을 보라, 심신이 지친 날이면 참으로 편하고 화려한 그리고 지친여름을 버텨나가는 산천을 벗 삼아 보라. 자기의 향기조차 의식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으며 시들지언정 자신을 버리지 않으며 또 다른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할 곳을 찾아 시장바닥에서 서성이는 꽃과 나무와 꽃을 느껴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