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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원과 민관 거버넌스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2년 03월 05일(월)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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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철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배승철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문화예술은 현대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절, 문화예술은 가진 자와 배운 자들만의 전유물과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향유하며 각자의 삶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선별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문화예술의 영역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기도 한다. 도시개발과 농촌 활성화, 관광산업, 노인복지 등 실로 문화예술이 개입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역설하며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김구 선생의 바람이 실현되고 있는 건 아닐까.

서구 선진 국가들은 일찍이 문화예술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이들 선진 국가들은 문화예술 지원과 진흥 정책을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간주해오며 정책적인 관심을 경주해 왔다. 국가와 사회가 직접 나서서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일반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촉진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살찌우도록 노력해 온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 선진 국가들의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뒤늦게 근대화의 과정을 밟아온 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지원정책 역시 서구 선진 국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펼쳐온 다양한 제도적 노력과 성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소위 말하는 팔길이 원칙은 우리나라가 서구에서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문화예술 지원정책 중 하나라고 하겠다. 팔길이 원칙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공공지원 정책 전반에서 하나의 준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쉽게 말하자면 팔이 닿는 데까지는 지원을 하고 팔이 더 이상 닿지 않으면 지원대상의 자율적 역량에 맡긴다는 것이다.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공공에서 지원을 하지만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팔길이 원칙은 영국이 처음 도입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1945년 예술위원회를 창설하면서 예술을 정치와 분리시킴으로써 예술 그 자체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원칙을 채택하였다. 이는 당시 영국 정부와 사회가 사회발전에 있어서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현실적인 면을 따지자면 국가가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식의 예술지원에 대해 예술가들이 커다란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당시 사회상을 정책에 반영한 것도 주요 배경이었다. 어쨌든, 영국 관료들과 시민들은 ‘국가가 예술을 지원하니 우리가 시키는 바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다는 점에서 선진 사회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팔길이 원칙은 이제 모든 문화예술의 정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향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 분야 예술지원이나 문화예술기관 운영을 언급할 때 빼 놓지 않고 인용하는 원칙도 팔길이 원칙이다. 하지만 팔길이원칙의 취지가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의문의 대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팔길이 원칙의 구현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지향점일 뿐,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은 관료 위주의 통제적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팔길이 원칙이 현실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행정 관료들이 민간 영역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는 신뢰와 용기가 필요하다.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간 영역을 믿지 않고 관료적인 마인드로 관리 감독하려고만 한다면 지원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간섭하기 위해 지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관의 지원을 통해 민간 영역의 전문적 역량이 발휘되는 선순환 구조는 기대난망의 일이 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민간 영역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행정당국의 손길을 최소화 해야만 한다. 공공문화예술 기관에 대한 지원이나 특정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수행할 때에도 민간 영역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행정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만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며 옳지도 않다. 민간 영역 역시 행정의 전향적 태도에 상응할 수 있는 전문적 공정성과 합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공공 문화예술정책에서 지원주체인 행정당국의 비효율적인 관행만 탓하고 정작 자신들이 충족시켜야 할 조건과 책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사례를 흔히 접한다. 이는 민간의 자율성을 잘못 이해하는 태도다. 또한,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문제의 근원이 관의 딱딱한 업무처리나 형식을 중시하는 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행정의 비전문성만을 탓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간의 자율성이 담보되고 정당한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간영역 역시 그에 상응하는 합리성도 같이 담보되어야 한다.

요는 지원하는 행정과 지원받는 민간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균등하게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간 영역이 자신들의 파트너이며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행정의 신뢰와 팔길이 원칙에 담긴 민간의 자율성이라는 취지를 왜곡하지 않는 민간의 이해 역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근래 수 년 사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민관 거버넌스(協治) 역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에만 제대로 작동 가능하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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