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익산교육지원청 이현환 교육장
누구라도 한 번쯤은 ‘욕(辱)’을 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썼던 욕(辱)은 상황에 따라 절절한 사랑으로, 신명나는 즐거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자식에게 일갈하는 부모의 욕 속에는 은은한 사랑이 스며 있었고, 시골 장날 국밥집 할머니의 걸쭉한 욕에는 단골손님에 대한 살가움과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부패하고 무능한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소리마당의 욕에는 서민들의 억눌린 감정을 통쾌하게 풀어내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청소년들이 입에 달고 사는 욕설들은 이와 같은 긍정성이 전혀 없다. 욕은 단순히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심각한 모욕감을 줌으로써 엄청난 비극을 낳기도 한다. 얼마 전 많은 생명을 앗아간 모 부대의 총기난사 사건도 상급자의 욕설이 직접적 원인이었다고 한다. 욕은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는 무분별한 폭력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평범한 학생 1명이 4시간 동안 무려 385번의 욕을 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 안팎에서 욕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준다는 '학생 언어문화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가정에서부터 존대어를 사용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배이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존대어를 쓸 것을 제안한다. 상대방을 귀중한 존재로 깨닫게 하는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식들을 ‘사브라(선인장의 꽃)’로 높이면서 늘 존대어를 쓴다고 하지 않은가. 둘째, 청소년들이 향유하는 오락, 연예 프로그램의 언어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청소년 관람가’의 영화에 배우들의 욕잔치가 극적 사실감을 더해 준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청소년의 정서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연예인들이 청소년의 우상임을 감안한다면 청소년의 무분별한 모방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셋째, 배려와 존중의 언어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최근 우리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을 소중한 인격체로 바라보자는 시각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미성숙한 학생이기에 여러 가지 교육적 지도가 필요함에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서 존중하자는 것인 만큼, 학교는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