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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국악예술단 소리뫼 대표, 시인
사람의 따스함이 그리울 때 가는 곳을 만들자. 어느 날 메마르고 각박한 생활이 마른 잎 같다고 느껴질 때면 한적한 길 따라 옛집을 찾아 떠나면 어떨까 빛바랜 돌담을 타고 푸룻한 넝쿨나무 위에서 속삭이는 햇살을 껴안고 서있으면 그동안 잊었던 옛 시절이 절절이 그리움으로 피어나기도 할 것이다. 작년여름, 방학을 이용한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중에 지난해 여름은 한옥민박을 찾았다. 전남 담양 창평면의 민속마을, 아시아 최초의 슬로 시티로 불리는 삼지내마을은 집성촌답게 고 씨 가문의 고택이 많다. 고재선 가옥과 고재환 가옥, 그리고 한말 민족운동의 근원지였던 고정주 고택 위주의 11가구 20여 동의 한옥으로 그 사이로 시간의 때가 묻어나는 생활촌이다. 한옥으로만 꼭 채우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꾸미지도 않았다. 자연과 전통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조화롭게 들판 구릉지에 어우러진 것들이 익산의 함라마을을 연상케 하였다. 이곳은 묵어 갈 수 있는 한옥 민박도 여러 채다. 한옥은 그 자체로 느긋한 삶의 완성이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전통가옥은 민박예약이 마감되어 잘 단장된 오래된 시골집에서 민박을 하였다. 유년의 집과도 같아 오히려 더욱 정겨웠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 단정한 정원 그리고 반갑게 맛이 해주시는 주인할머니 젊은 주인내외 예약된 중앙 큰방에 여장을 푸니 마치 집주인이 된 느낌마저 들었다. 저녁은 마침 고재욱 가옥에서 국악단의 연주가 열리는 날이었다. 고가의 주인은 외국인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가옥큰방에서 연주를 하고 마당에서 구경하는 공연이다. 공연관람은 필자는 국악인으로써 여행 장소를 택했던 중요한 이유였다. 시끄럽지도 않은 편안한 공연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마을을 구경할 요량으로 골목을 홀로 돌았다. 골목은 골목을 낳는법, 끈어질듯 이어지는 돌담, 집안이 훤히 보이는 작은 돌담길에 둘려 있다. 담장을 덮은 기왓장 위에 넝쿨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때때로 고운 빛 뽐내는 능소화가 사뿐히 올라앉아 있기도 했다. 삼지내 마을 곳곳에 돌담의 오래된 멋과 조화를 이루는 한옥이 눈에 띄었다. 된장, 간장, 김치, 고추장아찌, 무장아찌, 등 손수 담은 반찬을 익어가고 있을 장독대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정겹다. 가는 듯 안가는 듯, 미끄러지는 듯 멈춰 있는 듯. 느릿한 걸음걸이의 달팽이처럼, 느림에서 찾는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맛보았다 길은 단순하게 사람과 동물이 다니는 통로만의 의미가 아니라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요즘 허름한 길의 풍광을 느끼며 서로를 관조하며 하나가 되는 걷기가 얼마나 가슴속 깊숙이 다가오는지 느껴 볼 필요가 있다. 고가를 지나면 나무판에 ‘창평 쌀엿’이라고 쓴 간판이 대문 기둥 위에 세로로 소박하게 걸려 있다. 과거 쌀로 엿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준 창평의 들녘은 이 마을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전통 마을에서 전통 산업인 특산품을 만드는 것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맛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여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낙후된 농어촌에 전통 주거문화인 한옥을 보급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민박체험 등 소득사업을 벌임으로서 현재 살고 있는 주민은 물론 후손들까지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하는 전남도의 특수 시책사업으로 미래 농어촌 발전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단다. 전남도는 현재 도 내 90개 마을에 1천281동의 한옥이 들어섰거나 조성 중이다. 지금도 창평마을에서 한옥시설이 여러 곳 신축 중이다. 인근에 연관된 관광시설도 없는 곳에 주말마다 민박이 끈이지 않는 이유는 무었을까. 궁리하면서 지난 가을에 날 잡아 함라마을 온 동네를 혼자서 골목을 두루두루 살폈다. 여러 가지 활성화 묘책이 머릿속에 어슬렁거린다. 오히려 함라는 민박 등의 여건이 삼지내 마을보다 여러 입지 좋아보였다. 가까운 미륵사지, 웅포 등 관관지를 연계할 수 있다. 함라산 산책은 더욱 좋겠다. 함라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테마를 꾸며보자 조해녕가옥의 장독대를 이용할 수 있는 음식 명인을 공모해서라도 가옥의 관리인을 두자. 돌담을 잇는 거리에 마을의 가옥을 단장하거나 한옥을 짖고자하는 주민에게 한옥을 지어 민박을 할 수 있게 해보자. 문패를 정감 있게 만들어 보자. 양지뜰, 딸부잣집, 솜리댁, 해뜨는 집 등은 어쩔까 몇 집을 선정하여 특산품을 만들고 체험하는 곳을 하자. 고구마 쪄서 파는 집, 막걸리 먹기 좋은 집, 서동마차 마시는 집등 마을 중간에 옛 맛 먹거리 장소를 만들자, 예술단체 공연을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추진하고 목요상설공연 단체를 이 장소에서 하도록 하면 별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관리인을 두고 김안균 가옥 등을 단장해서 오픈한다, 관광객들이 담 넘어나 문틈사이로 볼 수 있으니 누가 와보겠는가. 함라산 등반대회를 열어 사람의 발길이 머무는 곳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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