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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상 원광대학교 문예창착학과 강사
12년째 얼굴 없는 천사, “누가 얼굴 없는 천사 좀 찾아주세요!” 12년째 ‘노송동 산타’ 오셨네.. 남몰래 선행. 조용히 다녀간 ‘얼굴 없는 천사’. 12년째 얼굴 없는 천사, ‘참 좋은 분이시네요’.
해마다 성탄절 전후로 전주 노송동은 불우 이웃을 위해 돈 박스를 몰래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이야기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2000년 한 학생의 손에 들려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비슷한 방법으로 전달해 오고 있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노송동을 찾아왔다. ‘올해도 나타날까?’,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 라는 쪽지만 남기고 말없이 사라질 것인가?’ 등의 이야기는 이제는 한 동네의 훈훈한 미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주의 한 극단이 ‘노송동 엔젤’ 이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한다기에 공연장을 찾았다. 달동네를 연상하게 하는 집과 계단,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 버린 빨간색 공중전화박스, 동사무소 앞마당에 자리 잡은 커다란 나무 등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을 무대로 소시민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별한 이야기도, 화려한 배경도, 등장인물도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웃음과 행복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의 모습과 12년째 어김없이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 ‘노송동 엔젤’에서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폐지 줍는 일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손자, 알콜 없이 하루도 살기 힘들어하는 우리 아버지들 그리고 취업이라는 문틈을 통과하려는 청년들. 하지만 이들을 유혹하는 것은 ‘욕망’이다. 남의 것을 강탈하면서까지 잘 살고 싶은 ‘욕망’, 나 하나쯤이야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 실패에 주저앉고 싶은 ‘욕망’ 등이다. 이 연극에서도 ‘욕망’에 지배받는 이들과 ‘욕망’을 과감하게 포기해버린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중심 에피소드이다. ‘노송동 엔젤’의 기부금 박스를 노리는 도둑과 그 계획을 훼방 놓는 사회복지사 명선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얼굴 없는 천사를 찾고 있다. “기부하는 것은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는 대사에서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고 주변을 살펴보는 사회복지사 명선 같은 사람들이야 말로 얼굴 없는 천사 바로 ‘노송동 엔젤’ 이다.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종이는 담았던 박스와 노란 돼지저금통은 ‘노송동 엔젤’의 하나의 흔적일 뿐 얼굴은 볼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부르며 그렇게 12년 동안 기다려왔고 아마 내년도 그 이후에도 우리는 ‘노송동 엔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고장 익산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 ‘노송동 엔젤’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길 필자는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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