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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옥의 미식기행 - 장승골
마스터 기자 / ikpress@naver.com입력 : 2011년 12월 12일(월)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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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그나마 겨울답다. 이른 아침 창 밖의 알싸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가 이어진다. 더구나 밤바람은 콧물을 훌쩍이게 만들 정도로 차갑다. 하지만 12월 같지 않다. 흥청거리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왠지 한겨울의 따뜻한 느낌이 살지 않는다. 연말인데…
한편으로 보면 무던하다. 그리 까다롭지 않다. 찌게든지 볶음이든지 한가지만 올라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이다. 국 한가지로도 충분하다. 그런 평범한 입맛으로 맛 집 운운 하는 것이 가소롭긴 하지만 맛에 관한 기억력 하나는 봐줄만하다.
소박한 밥상이었다 뚜껑을 열면 흰 쌀밥이 밥그릇에 봉곳이 담겨 있었다. 콩나물과 시금치는 단골 메뉴였다. 무를 생채로 무쳐놓으면 참기름 쪼로록 따르고 고추장 한술 퍼서는 썩썩 비비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다. 기름기 자르르한 구운 김과 삶은 달걀을 네 조각으로 잘라서 버선코처럼 담아내는 것도 훌륭한 찬이었다. 기름 동동 뜬 무국 한 사발이면 잘 익은 김치 얹어서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지금도 생일상으로 미역국 대신 쇠고기 무국을 달라고 할 정도니 더 말해서 뭣하랴. 매일 같은 식탁에서도 때때로 차려지는 잔칫상에서도 드러나는 솜씨는 감춰지질 않는다. 명성이 자자한 어머니의 솜씨를 눈과 입으로 내내 봐왔었다. 그 기억이 내 평범한 입맛의 원천이다.
저녁을 간단히 들기로 했다. 신 대표가 청국장으로 하잔다. 영등동 ‘장승골’로 앞장선다. 점심 때라면 와글와글 북적대는 사람들 소리도 즐길 만 하지만 저녁시간이라 서인지 덜 복잡하다. 몇 가지 나물과 고추장으로 보리밥을 비비며 청국장을 조금 떠 넣는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방안 가득하다. 한 친구는 거의 두 공기를 비비더니 참 맛있게 먹는다. 나는 무 생채와 참기름, 그리고 고추장으로 빨갛게 비볐다. 매콤하게 비벼진 밥과 청국장 한술 떠 넣으면 특별할 것 없는 식탁이지만 맛있는 기억이 코끝에 찬찬해진다. 진수성찬이 별것이던가? 어느 만찬과 견주어 아쉬울 것 없다. 신 대표가 방점을 찍는다. ‘장승골’ 청국장이 제일 맛있어!
오랫동안 만나는 다정한 친구들이라면 비슷한 기억을 공유한다. 장작불에 굽던 고구마도 찬바람이 부는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후후 불며 마시던 오뎅(어묵?)국물도 모두 따듯하게 만들어주던 것들이다. 청국장이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듯이 경기도 살아나고, 온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면 좋겠다.
마스터 기자  ik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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