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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끝자락에 위치한 풍요롭고 인심 좋은 망성면.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망성면이 365일 활력이 넘쳐나고 있다. 농한기에 접어들었지만 농민들의 일손은 오히려 더 분주하다. 마을마다 웃음꽃이 가득하고, 농민들의 발걸음은 한결 여유롭다. 망성면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넉넉하고 살찌게 만든 자양분은 바로 '상추농사'.
'망성 상추'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상추 브랜드 '초록이야기'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년 365일 짭짤한 수입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상추' 하나로 망성면을 전국에 알린 주인공은 망성농협 이동호 조합장(57). '상추 조합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추 농사'에 열정을 쏟고 있는 이 조합장은 농가 소득 대표 작물로 '상추'를 택해 완전 대박을 터트렸다.
연 매출만 50억 원. 단일 품목으론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은 대기록이다. 브랜드 '초록이야기'는 서울 강서구 농산물공판장 매출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망성에서 상추가 올라가지 않는 날은 경매가 열리지 못할 만큼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 조합장이 2009년 취임하자마자 상추를 들고 나온 것은 조합원들에게 위험률이 낮은 소득 작물을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 병해충이나 수해를 당하면 1년 농사를 망치는 현실을 보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오던 차였다. 그러다 1년 365일 꾸준히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상추'를 떠올린 것.
이 조합장은 그동안 어량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상추 농사를 망성면 전 조합원들에게 권장했다. 곧바로 연합 사업단도 조직했다. '상추'가 부담이 덜 되는 소득 작물로 부각되면서 순식간에 참여 조합원은 260여 농가로 늘어났다. 1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 재배에 나선 상추는 불과 1년 만에 조합원들의 특별한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일 노력한 만큼 수입이 생기니 조합원들도 신바람이 났다.
이 조합장도 믿고 따라준 조합원들을 적극 돕고 나섰다. 브랜드박스 제작비를 금년도 1억 원 어치, 내년도 1억 원어치를 지원해 줄 예정이다. 결코 쉽지 않는 결단이었지만 망성 상추 '초록이야기' 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한 번 결심하면 황소처럼 밀어붙이는 이 조합장도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일부 상추 농가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터라 하루빨리 환경개선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만 하다. 하지만 시설비 지원이 제대로 안 돼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대부분 상추 농가들이 200~300평에서 농사 짓은 어르신들이다. 기계화 등 시설이 보완되면 어르신들이 농사짓기 편하고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질 텐데…. 시설비 지원이 절실한 대목입니다."
이 조합장은 올해 3월 서울 강서구 공판장을 다녀온 데 이어 오는 12월 2일 상추작목반 50여명과 함께 대전 공판장으로 유통 견학을 다녀올 계획이다.
일을 보면 잠을 못 이룬다는 이 조합장은 취임 2년 3개월여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13명의 직원들은 이 조합장 취임 후 조합이 활력이 넘치고, 조합원들과의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익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일 잘하는 조합으로 꼽힐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 조합장은 우선 육묘사업을 통해 배추 묘 20만 포기를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했다. 또 지난 7월 발생한 호우피해 농가들을 위해 농협중앙회에서 6천만 원을 받아 102 농가를 지원하기도 했다.
올 겨울엔 조합원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경로당과 마을회관 34곳에 400리터의 기름을 지원했다.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주지만 매년 조합원들의 기름 걱정이 끊이질 않아 지원을 좀 더 늘릴 요량이다. 조합원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급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농협은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비영리 단체죠. 공동생산해서 공동판매로 가야합니다. 공선출하회가 활성화돼야죠. 그래야 명실 공히 조합원들을 위한 조합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올 한해 '조합 농사'를 마무리 짓고 있는 이 조합장은 벌써부터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 숙원 사업은 무인헬기 도입. 농가들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헬기를 들여와 공동방제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수도작 조합원들을 위해 대규모 건조시설을 건립할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취임 3년차인 만큼 조합원 편익사업을 좀 더 활성화 시켜 평소 소신이었던 '조합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각오다.
자신이 운이 좋아 조합이 탄탄해지는 것 같다는 이 조합장은 가장 보람된 일로 총자산 규모 500억 원 달성을 꼽았다. 시골 농협이라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심 욕심이 났던 500억 원 달성을 마침내 이룩한 것. 하지만 보람된 만큼 조심스럽고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조합원들이 좀 더 협조했으면 더 많은 일을 이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다.
망성면 장선리에서 1만 6천 평 가량의 수도작 농사를 짓고 있는 이 조합장은 젊은 시절부터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다 첫 조합장에 출마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영원한 망성면 사람'이다.
항상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외유내강형인 이 조합장은 한번 맺은 인연을 영원히 간직하는 의리파다. 익산 출신인 조남조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과 인연이 그 대표적 사례다. 조남조 위원장이 11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바른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쯤 뵙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어느덧 30년 넘는 인연이 됐다. 조남조 위원장이 가끔 익산에 내려오면 제일 먼저 이 조합장을 찾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그동안 이 조합장을 바른 길로 인도해 준 '멘토'인 셈이다.
부인 지태희 씨(53) 사이에 1남3녀를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인 이 조합장은 항상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이 같은 너그러움과 배려는 아버지 이석근 씨(작고)와 어머니 박복례 씨(84) 영향이 크다. 고향 장선리에서 과수원과 수도작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은 항상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고 가르쳤다. 이 조합장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괄시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넘쳐흐르는 이동호 조합장. 한 번 맺은 인연을 영원히 간직하고,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쏘아 올릴지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진다. /글 박명남 시민기자‧사진 우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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