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가을이 깊어간다. 단풍은 절정을 지나친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고 소문 난 곳들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리 궁금하지 않다. 가까이 있는 야산 자락으로도 충분히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지천으로 단풍이 널려있으니 귀한 줄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몇 사람이 모여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각자 알아서 식탁을 차릴 만한 작은 것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딱히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L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이야기하던 족발 사러 간단다. 떡족발이라. 전주로 향했다. 중화산동에 도착해서 보니 지나 다니던 동네다. ‘장판집’ 간판이 보인다. 족발 大자를 주문했다. L이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 길에 커피전문점에 들려서 차도 한잔 하고 익산에 들어서니 어둑어둑하다. 모두 모였다. 족발과 함께 여러 가지 먹거리가 푸짐한 식탁이다. 먼저 한 점 들었다. 와우~ 짝짝 달라붙는다. ‘장충동이나 가야 맛있는 족발 구경 하겠지’라고 생각하던 나만 이 맛을 몰랐다. 된장 살짝 발라서 한입, 새우젓 조금 올려서 또 한입, 뼈 채 들고 쪽쪽 거리며 족발에 빠졌다 나오니 쫀득쫀득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그래서 떡족발 이로구나. 새우젓이 떨어졌다. 물론, 떡족발도 동이 났다. 좋은 사람들과 풍성한 식탁을 앞에 놓고 편식했다. 가득 차려진 다른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맛있다! 갑자기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맛이 있다. 좋은 음식을 나누는 이라면 그 마음이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다른 일들에도 비슷하리라. 이 식탁에 함께한 이웃들이 그렇다. 친절한 이들을 만난 것이 객지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실 맛있는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가의 이야기다. 편안한 사람들과 서로 배려하며 나누는 자리라면 어떤 음식이라도 즐거운 자리가 될 것이다. 소화도 잘 될 테고. 편안하고 즐거운 식탁에서 흥겨운 저녁을 나눴다. 노랗고 붉은 잎들이 현란한 풍경으로 수를 놓지만 어찌 화려한 모습이 다이겠는가? 단풍이 한창일 때의 그 빛은 정말 아름답다. 밝은 햇빛 아래 붉은 단풍잎이 강렬하게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나는 가을이 한창일 때의 현란한 화려함이 좋다. 회색 빛으로 하늘이 바뀌었다. 가을비가 내렸다. 화려한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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