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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항 신선횟집
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언제 한번 만나자는 약속은 쉽게 잊혀진다. 기왕에 꼭 볼 참이면 말 나왔을 때 일정을 잡아야 한다. 날짜를 정해야 그 약속이 이루어진다. 꼭 만날 요량이면 장소까지 정해야 마음이 놓인다. 미루던 약속이 만들어졌다. 지난 여름부터 한번 만나자던 일이 가을이 되어서야 날이 잡혔다. 딱히 업무적인 만남은 아니지만 점심 한번 나누기 쉽지 않다. 세상살이가 모두 바쁘게 돌아가는 탓이리라. 진작부터 심포항에 가기로 하였었다. 오래 전부터 그 곳을 다니면서 익숙한 풍경을 기억하는 이도, 기껏 지난해에 들려보고는 맘에 들어 하는 이도 그 곳에 대한 기대가 있다. 김제를 지나 심포항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이제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들녘의 길가로 노란 은행 나무가 곧게 서서 맞이한다. ‘신선횟집’은 지금까지 자리를 세 번이나 옮기는 중에도 여전한 단골인 분이 예약을 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였기에 난장이 펼쳐져 있는 포구 쪽으로 걸었다. 다들 인심이 좋아 보이는데 다짜고짜 한 분이 우리 일행을 부른다. 척하니 생합 한 마리를 까서는 입에 넣어준다. 어허~ 바다 내음이 그대로이다. 싱싱하다. 몇 마디 말을 건네며 지나친다. 인심이 좋다. ‘신선횟집’에 들어섰다. 창가에 자리잡으니 바싹 마른 누룽지를 내온다. 잘게 부셔서 오물오물 하는 사이에 생합이 놓였다. 하나씩 들고는 홀랑홀랑 까서 한입에 넣는다. 신선한 생합을 제대로 맛보는 중에 호일에 쌓여진 채로 익혀진 백합이 또 올라온다. 호일에 남아있는 국물이 제 맛이다. 흘릴까 조심스럽게 후루룩 마신다. 맛조개를 부쳐놓은 것과 멍게, 해삼, 산낙지등이 상에 차려지고 백합탕까지 나오면 한 상이 완성된다. 미처 관자나 가리비, 꽃게 무침에는 손 갈 틈이 없다. 그런데 활어회와 매운탕이 또 올라온다. 반씩 나눈 백합죽까지 맛을 보고서야 4인 기준 한 상이 끝났다. 가까이 있는 망해사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창을 내놓은 해우소를 지나 오래되 팽나무 앞에 서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는 곳이다. 저 멀리 바다 건너에 군산CC가 보인다. 새만금방조제로 먼 바다를 막았으니 이 곳은 어떻게 바뀔까? 언제 한번 만나자는 약속을 뒤로 한 채 익산으로 향한다. 어느새 낙엽이 포도(鋪道)를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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