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유업 박기옥 전무
마침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눈이 귀한 익산에 또 눈이 조금씩 내린단다. 사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이제는 숙소에 들어 가는 것이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전화 속 목소리가 마냥 반갑다. S는 생각 날 때쯤이면 한번씩 연락을 한다. 전라북도가 고향도 아닌데 구석구석을 잘 알뿐더러 이곳 저곳을 알려주고 혼자 지내는 선배의 밥상까지 걱정한다. 비도 아니고 눈이 내린다며 저녁을 청하는 덩치가 산만하지만 마음 씀씀이는 새색시같이 고운 후배와 그 일당들을 만났다. 지난 겨울눈 내리는 어느 날 이었다. 고래등 오거리에 있는 ‘송주닭도리탕’은 사무실에서 가깝다. 따뜻한 방바닥에 울퉁불퉁한 나무로 만든 식탁을 놓았다. 대여섯 명이 둘러 앉기에 부족하지 않다. 벌써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해 놓았단다. 사각사각한 날배추를 집어먹는 사이에 반찬들이 상에 올려지고 드디어 닭도리탕이 나온다. 반 토막 낸 감자와 비슷한 크기의 닭고기까지 푸짐하다. 매콤한 양념에 잠겨있는데 붉은 색이 입 맛을 자극한다.
자! 앞접시에 덜어보자. 잘 익은 닭고기를 뜯어서는 너끈한 양념 속에 돌리면 골고루 묻는다. 감자까지 살살 녹는다. 우훗~ 찰랑찰랑한 당면이 젓가락에 걸린다. 당면 넘어가는 소리가 후루루룩~ 여기저기서 들린다. 밥도 같이 청한다. 땀이 줄줄 흐르는 것으로 봐서 제법 양념이 맵다. 이어서 나오는 양념족발. 그 양념에 족발이 들어있다. 장충동족발만 알고 있었는데 이것도 참 괜찮다. 돼지갈비찜도 있다. 이쯤 되면 예측 가능한데 빗나가지 않는다. 그 양념이다. 맛있는 한가지 양념에 닭도리탕과 족발 그리고 돼지갈비찜까지… 자극적인 맛이 잊혀지겠는가? 그 앞을 자주 지나치게 되는데 맛도 맛이려니와 함께 자리했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눈 내리는 것을 잠시 잊었던 저녁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친구도 생긴다. 이 도시에 조금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정들기 마련이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하나씩 늘어간다. 첫서리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겨울이 다가온다. 곧 흰 눈이 펑펑 내리겠지. 한 친구가 이야기하더라. 재미없는 매운 맛이 있다고. 매섭게 찬 바람이 불면 그 친구를 불러내야겠다. 재미있게 매운 맛을 찾아 나서야지. 따뜻한 온돌방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테고. 재미있게 매운 맛이야 알겠는데 그런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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